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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기다리다 하루 평균 7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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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강치영

강치영

“한·중·일 간 장기기증 정보를 공유하는 연합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강치영(60·사진) 사단법인 한국장기기증협회 회장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가 간 장기이식체계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강 회장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2000년) 이전부터 기증 중요성을 알리고 수요·공여자를 연결짓는 일을 30년 넘게 해왔다.

그는 “2021년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하루 평균 6.8명이 숨졌다. 2017년 대비 40.7% 늘었다”며 “유교문화권에선 사후 장기 공여에 대한 거부감이 큰데 코로나19도 악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장기기증협회의 작년 10월 조사에서 ‘사후 장기기증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한국 34.4%, 일본 23.2%, 중국은 21.6% 순으로 나타났다.

강 회장은 “현재 공여 의향은 낮지만,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84.2%는 장기이식 필요성을 인지하고 51.7%는 3국 장기이식 연합체가 필요성에 동의했다”며 “이식 기술이 뛰어난 한국을 중심으로 연합체를 구성하면 공여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델로 삼는 건 유럽의 국가 간 장기이식 공조 체계인 ‘유로트랜스플랜트’(ET)다. ET는 회원국에서 뇌사자 등 장기 공여가 가능한 상황이 생기면 즉시 대기 명단에서 공여자에게 맞는 이들을 수배한다. 강 회장은 “제트기가 장기를 싣고 국경을 넘나든다. 한·중·일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이런 수송 공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한국장기기증협회와 부산시가 공동주최한 ‘제1회 한중일 아시아 장기기증 국제 심포지엄’엔 부산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 수술을 집도한 윤진한 전 동아대병원장 등 3국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강치영 회장은 “연구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올해는 ET 관계자를 초청, 논의의 폭을 넓힐 것”이라며 “이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연합체 구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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