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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본단자 끌고 김연경 밀고, 흥국생명 우승 가즈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모셔온 세계적인 명장 아본단자(가운데) 감독.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지도했던 김연경(왼쪽)을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오른쪽은 외국인 선수 엘레나. [연합뉴스]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이 모셔온 세계적인 명장 아본단자(가운데) 감독.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지도했던 김연경(왼쪽)을 한국에서 다시 만났다. 오른쪽은 외국인 선수 엘레나. [연합뉴스]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이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53·이탈리아) 감독을 한국에서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60일 가까이 수장 없이 표류하던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은 지난 19일 “아본단자 전 튀르키예 항공 감독과 2024~25시즌까지 감독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1996년 이탈리아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이탈리아 대표팀 코치, 불가리아·캐나다·그리스 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아제르바이잔 라비타 바쿠, 튀르키예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차네티 베르가모 등 세계적인 클럽팀도 이끌었다. 김연경과는 2013~14시즌부터 4년간 페네르바체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다. 김연경은 “시즌 도중에 아본단자 감독님처럼 저명한 배구 지도자를 모시는 일은 쉽지 않다. 프런트가 순조롭게 감독님을 영입해줘서 감사하다”며 기뻐했다.

흥국생명은 리그 2위를 달리던 지난달 2일 권순찬 전 감독을 갑자기 경질했다. 그 과정에서 구단이 감독의 전권인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에 간섭한 정황이 드러났다. 선수단의 리더였던 김연경은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다. 어디까지 참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새 감독을 찾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영수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가 한 경기 만에 사퇴했다. 김기중 선명여고 감독도 부임을 고사했다. 어쩔 수 없이 김대경 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아 10경기를 치렀다.

김연경은 코트 안팎에서 고군분투했다. 어수선하던 선수단 분위기를 추슬렀고, 매 경기 놀라운 집중력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흥국생명은 시즌 내내 1위를 달리던 현대건설을 밀어내고 선두로 올라섰다. 19일 GS칼텍스전 승리로 현대건설과의 격차를 승점 4로 벌렸다.

그 사이 김연경은 체력적·정신적으로 지쳤다. 최근 “은퇴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머지않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어쩌면 올 시즌이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흥국생명 전력에서 김연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김연경이 있을 때 우승하지 못하면, 다음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다.

흥국생명은 결국 외국인 감독을 후임자로 선택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비자 발급이 끝나는 대로 팀에 합류한다. 김대경 감독대행은 “아본단자 감독님이 오신다는 소식에 선수들 모두 좋아하고 있다”고 했다. V리그 팀을 처음 이끌게 된 아본단자 감독에게도 김연경의 존재는 큰 힘이다. 김연경은 “감독님이 V리그에 잘 적응하도록 내가 중간에서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흥국생명은 이제 정규 시즌 7경기를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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