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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돌리고 홍어 선물, 비리 얼룩진 조합장 선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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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월 초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는 “금품(홍어 등)을 받은 조합원은 자수해 과태료를 감경·면제받기를 바랍니다”라는 글귀가 포함된 현수막을 전주김제완주축협 지점과 사무소 등 9곳에 내걸었다. 이 현수막을 보고 홍어를 받은 일부 조합원은 선관위에 자수했다.

다음 달 8일 단위농협과 수협·산림조합 등 조합장 1000여명을 뽑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현금이나 전복 등 선물을 돌리다 적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이 선거에서 당선된 조합장에겐 고액 연봉과 조합 인사권이 보장된다. 또 이들은 기초·광역의회나 지자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한 인맥 쌓기 등으로 조합장 자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렇다 보니 ‘6당 5락’(6억원 쓰면 당선, 5억원 쓰면 낙선) 등의 속설까지 나돈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위법행위 155건(64건 고발, 3건 수사 의뢰, 88건 경고 조치)을 적발했다. 경남의 한 입후보 예정자 A씨는 이달 초 조합원 13명의 집을 방문하고, 이 가운데 7명에게 현금으로 총 210만원을 건넸다. 경남도 선관위는 A씨가 현금 이외에도 9만원 상당 음료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고발했다.

이밖에도 선관위는 위법행위 21건을 적발해 10건을 고발하고 11건을 경고 조치했다.

부산시 선관위도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 B씨가 2021년 추석과 이듬해 설 때 450명에게 1004만원 상당 선물을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시 선관위는 또 B씨가 지난해 3~8월에도 조합원 60여명에게 36만원 상당 선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경북 봉화에서는 입후보 예정자가 조합원에게 현금 100만원을 건네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대구 동구의 한 농협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는 지난해 9월 추석 선물로 조합원 26명에게 117만원 상당의 전복 선물세트를 돌렸다가 경찰에 고발됐다.

재선을 노리는 현직 조합장들도 위법행위에 연루됐다. 충남선관위는 조합원 220여명에게 718만원 상당의 과일 선물세트를 제공한 현직 조합장을 적발했다. 전북에서는 조합원 경조사에 2600만원 상당의 축의·부의금을 제공한 현직 조합장이 적발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돈 선거 정황이 발견되면 끝까지 추적해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품을 수수한 사람은 받은 금액의 최대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또 자수할 경우 과태료를 감면받을 수 있고, 신고자에게는 포상금 최고 3억원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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