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삶의 질 OECD 최하위권, ‘국민 행복’ 시대로 나아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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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고립감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고립감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만족도 5.9점으로  OECD 36위, 뒤엔 콜롬비아·튀르키예뿐

압축 성장의 그늘 벗어나 불평등 줄이고 공동체 복원해야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5.9점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36위다. 한국보다 낮은 곳은 지속된 내전으로 사회적 갈등이 큰 콜롬비아(5.8점)와 이번에 지진 피해를 당한 튀르키예(4.7점)뿐이다.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환경·고용·건강 등 항목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가·주거·가족·공동체 영역에서 악화했다. 특히 감소세에 있던 자살률이 2021년 26명(인구 10만 명당)으로 전년(25.7명)보다 늘었다. 70대(41.8명)부터 급격히 올라 80세 이상에선 61.3명으로 치솟았다. OECD 평균(13.5%)보다 3배가량 높은 노인 빈곤율(37.6%)과 심각한 사회적 고립도(60세 이상 41.6%)가 고령층의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리고 있다.

청년층도 위기다. 2021년 20대(56.8%)와 30대(40.6%)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특히 20대 자살자는 2017년(16.5명)까지는 감소하다가 급격히 늘기 시작해 2021년 23.5명이 됐다. 4년 새 42.4%나 급증한 것은 청년들의 삶이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걸 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17~2021년 7만8016명에서 17만7166명으로 127.1% 급증했다. 불안장애 환자도 5만9080명에서 11만351명으로 늘었다. “폐쇄병동이 자해 청소년들로 가득하다”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비명처럼 미래세대가 점점 불행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부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돈만으로는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이스털린의 역설)”고 했다.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1953년 67달러에서 2021년 3만4870달러로 520배 증가했지만 유엔 세계행복지수는 2012년 56위에서 2022년 59위로 되레 떨어졌다. 5년째 1위인 핀란드는 소득도 많지만 삶의 행복도 역시 높다. 불평등이 덜하고 약자들을 위한 안전망이 잘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높고 개인의 자율성도 존중된다.

반대로 한국은 남과 비교하며 끊임없이 경쟁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키운다.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에 내몰려 학습 경쟁에서 살아남도록 강요받고, 일상에선 SNS를 통해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카페인(카카오스토리·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우울증에 빠진다.

외형적 성장에만 치우쳐 있던 국가 목표의 수정을 검토하고 성찰해 봐야 할 때다. 10위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에 맞게 사회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일상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놓쳤던 공동체의 복원, 여가의 확대, 일과 생활의 밸런스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해 가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