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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현장 첫날 다가온 노숙자…韓구호대 울컥하게 한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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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피해 지역에서 열흘 간 생존자 수색·구조활동을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한 한국 긴급구호대(KDRT) 1진이 수습되지 못한 죽음이 많았다며 처참했던 현지 상황을 전했다. 활동 중 가장 힘들었던 점으론 여진에 대한 공포를 꼽았다. 다만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구호대를 향한 현지 주민들의 따스한 손길이 이어졌다고 한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을 위한 한국 긴급구호대장인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구호대 1진 활동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튀르키예 지진 피해 대응을 위한 한국 긴급구호대장인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긴급구호대 1진 활동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KDRT 1진 긴급구호대장을 맡았던 원도연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2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구호대 1진은)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 중 하나인 안타키아에서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시신 19구를 수습했다”며 “이스탄불 소방청 구조팀과 공동 구조 작업을 하는 등 튀르키예 국민의 관심 속에서 활동을 전개했다”고 밝혔다.

긴급구호대 관계자는 현장의 비극적인 상황을 전하며 “저희가 손댈 수 없는 죽음이 많았다”며 “확인만 하고 수습할 수 없는 죽음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서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긴급구호대(KDRT). 현장에선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와 어두운 구덩이 안을 파고 들어가면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KDRT

지난 6일 지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에서 긴급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국 긴급구호대(KDRT). 현장에선 완전히 무너진 건물 잔해와 어두운 구덩이 안을 파고 들어가면서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진 KDRT

긴급구호대 일원으로 활동하고 귀국한 외교부 당국자는 “여진으로 실제 건물이 흔들리기도 했고, 현장 철수 전날인 17일에도 꽤 큰 여진이 있었다”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차량부터 마실 거리까지…현지 주민들도 한마음 한뜻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구호대가 수색·구조 활동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현지 주민들의 도움이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승용차와 트럭 등 이동수단을 제공하고, 마실 거리와 먹을거리도 끊임없이 제공하는 등 구호대에 큰 힘이 되었다.

한국 긴급구호대(KDRT)가 지난 11일 19시 18분(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17세 남성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KDRT

한국 긴급구호대(KDRT)가 지난 11일 19시 18분(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17세 남성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KDRT

한 대원은 “활동 1~2일 차에 교통난이 심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차량과 기름을 제공해줬고, 자원봉사자도 많았다”며 “함께 구조 활동을 펼치다 보니 자연스레 감사 메시지도 받았다”고 밝혔다. 다른 대원도 “튀르키예국민들이 보내준 성원은 한참 얘기해도 모자라다”며 “우리에게 먹을 걸 많이 주려고 했다. 특히 (활동) 첫날 한 노숙자가 차를 끓여 건네줬을 때 뭉클했다”고 말했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의 간호장교 김혜준 육군 대위가 구조된 생존자 어린이의 체온과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의 간호장교 김혜준 육군 대위가 구조된 생존자 어린이의 체온과 상태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 당국자는 “튀르키예국민들의 성원은 여기서 한참을 이야기해도 모자란다”며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 게이트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한국 긴급구호대가 떠난다고 방송이 나오자 사이프러스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주변 모든 분들이 기립 손뼉을 쳐주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에서 출발할 때 주한 튀르키예 대사께서 ‘튀르키예 국민 1명을 구조하는 것은 국민 전체를 구조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공항에서 대사님이 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을 때 찡했다”고 밝혔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어린이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일대에서 한국 긴급구호대(KDRT) 대원들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속에 갇혀 있던 어린이를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 국장은 “구조활동을 함께한 이스탄불 소방청 구조팀 중 한 명은 자신의 외조부가 한국전 참전용사라면서 한국과 같이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감격스럽다고 하기도 했다”며 “현장에서 모두 한마음 한뜻이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긴급구호대 1진의 건강 상태는 모두 양호하며 2주 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검사 등 필요한 건강 검진을 할 예정이다. 지난 9일(현지시각)부터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구조활동을 시작해 열흘간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하고, 18일 귀국한 1진에 이어 17일 구호대 2진이 파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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