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국학력평가 성적 유출…경찰은 수사 착수, 교육계도 진상조사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사진 경기도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사진 경기도교육청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학생들의 성적 유출 사건에 대해 경찰이 20일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교육청 등도 ‘개인정보 침해사고 대응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유출된 자료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황하고 있다.

커뮤니티에 “성적 확인했다” 글…텔레그램에 유포

20일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가 성적을 확인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경기교육청 서버를 해킹해 지난해 11월 도 교육청이 주관한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실제로 텔레그램 대화방에 ‘2학년 개인성적표 전체’라는 파일이 유포됐다. 이 게시글들은 논란이 되자 현재 모두 삭제됐다.

제보로 해당 파일이 유포된 사실을 알게 된 경기교육청은 정황 파악에 나섰다. 파일에는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 등은 없었지만, 경남교육청과 충남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에서 이 시험에 응시한 고2 학생들의 시험 성적과 소속 학교, 이름, 성별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전국에서 30여만명이 이 시험에 응시했다. 경기교육청은 파일 유포 당일 오전 서울경찰청에 관련 수사를 의뢰했고, 경기남부청이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텔레그램에 유포된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자료. 최초 성적이 유포된 계정 대화방은 폐쇄됐지만, 유사 계정 대화방을 통해 재유포되고 있다. 텔레그램 화면 캡처

텔레그램에 유포된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자료. 최초 성적이 유포된 계정 대화방은 폐쇄됐지만, 유사 계정 대화방을 통해 재유포되고 있다. 텔레그램 화면 캡처

경찰은 전날부터 경기교육청 직원들을 상대로 피해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교육청 서버 등 조사를 통해 자료 유출 경로를 파악하는 한편, 추가 유출 자료가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작성자와 텔레그램 유포자가 동일인인지도 조사하고 있다. 

학생·학부모들 당황…최초 유포자 지목된 인물 “아니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성적 유포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황하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고교생 A양은 “주변에서 내 성적을 확인했을까 봐 걱정도 되고 악용도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 B씨는 “교육청이 서버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성적이 유포되느냐”며 “성적 공개로 아이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한 고교 관계자는 “성적이 유포된 학생들이 예비 고3이라 새 학기를 준비하느라 다들 바쁘다”며 “내색하진 않지만 다들 심경이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업계에선 이번 사태의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한 학원업계 관계자는 “개별 학교에서 파기해야 할 자료가 나오거나 한 걸 본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국단위 파일이 통째 유출된 적은 없었다”며 “대형 입시 컨설팅 업체가 자료를 확보했다면 학교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등 객관화된 상담 자료로 쓸 수도 있다.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2차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파일이 최초로 유출된 텔레그램 계정 대화방은 사라졌지만, 유사한 다른 계정 대화방을 통해 재배포되고 있어서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유명인의 성적이 회자되는데다, 이 파일을 가공해 전국 순위를 정리한 자료도 전파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학생들의 성적과 이름, 성별 등이 담긴 파일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경기도교육청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해 11월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학생들의 성적과 이름, 성별 등이 담긴 파일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경기도교육청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초 유포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신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속속 퍼지고 있다. 최초 유포자로 지목된 C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텔레그램 계정에서 성적이 유출된 것을 확인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력평가 자료를) 봤다’는 글을 올렸을 뿐, 내가 유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기교육청, 자체 조사하고 대응팀 만들고 ‘비상

교육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기교육청은 이날부터 성적 유출 피해 사항을 접수하는 긴급 상황실을 운영한다. ‘개인정보 침해사고 대응팀’을 구성해 다른 시도교육청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철저한 사고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홈페이지에도 “성적자료 유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시했다.

임태희 경기교육감은 “지난 11월 시행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으로 도교육청 자체 시스템으로 관리해왔다”며 “자료 유출이 해킹에 의한 것인지 시스템 문제인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경찰에 최대한 협조하고 내부 시스템을 점검·보완하는 등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잘못된 부분을 찾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