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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4대 그룹, 주주환원 강화 나선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3월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3월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입김이 세지면서 주요 상장 기업들이 잇달아 주주환원 확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20일 재계와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3조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5년 안에 분할 소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자사주 소각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 수를 소각해 발행 주식 수를 줄임으로써 주당 가치를 높여 주주 이익을 제고하는 것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보다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자사주는 보통주 2471만899주(13.2%), 우선주 15만9835주(9.8%)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주주친화 정책 중 주요 방안”이라며 “앞으로도 주주 권익을 증진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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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지난 3일 발행 주식 수의 1%에 해당하는 3155억원대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기아 역시 향후 5년 동안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이 중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안에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주 배당도 늘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연말 배당금을 각각 전년보다 50%, 16.7% 늘린 주당 6000원, 3500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SK㈜는 지난해 8월 2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과 함께 3월 이후 매입분 전량 소각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주주환원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며 ESG 중 ‘G(지배구조)’가 강조되는 최근 기업 경영 이슈를 주요 배경으로 꼽았다. ESG 등급 평가 등에서 주주가치 제고가 큰 비중을 차지해서다.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제도 개선에 나서는 등 정책당국의 태도 역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적 활동과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커진 것 역시 배경으로 꼽힌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 트러스톤자산운용의 BYC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근절 요구 등이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행동주의 캠페인은 2020년 10개에서 지난해 47개로 늘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SK·LG에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서한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영향력은 미미하지만 다른 기업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이런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요 45개국을 조사한 결과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지속해서 관찰된다”며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이 가장 유력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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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환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만큼 일부 기업에선 시름도 읽혀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은 “주주환원 정책은 연속성이 필요해 앞으로 3~5년 이후를 예측해야 한다”며 “다만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현실적인 고충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기업은 지배구조가 취약하지 않은지 돌아보고, 행동주의 펀드들은 과도한 요구로 투자 여력을 줄여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일이 없도록 서로 균형을 맞춰 함께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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