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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돌리고 전복·과일 선물하고…조합장 선거 특별단속 나선 선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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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8일 치르는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곳곳에서 현금이나 전복 등 선물을 돌리다가 적발되고 있다. 전국동시조합선거는 단위농협과 수협·산림조합 등 조합장을 뽑는 선거다. 전국에서 조합장 1000여명을 뽑는 이 선거는 해당 조합 조합원만 출마하거나 투표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다. 당선되면 고액 연봉과 조합 인사권이 보장돼 지역 유지로 행세할 수 있다 보니 조합원에게 금품을 줘 표를 사려는 불법 행위도 기승을 부린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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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에 전복까지… 선관위 조치 150건 넘었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전날까지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 위법행위 155건을 적발했다. 중앙선관위는 이들 중 64건을 고발하고 3건을 경찰 등에 수사 의뢰했으며, 88건은 경고 조치했다.

위법행위는 주로 후보 또는 입후보 예정자가 예비 유권자인 조합원에게 금품이나 현물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경남의 한 입후보 예정자 A씨는 이달 초 조합원 13명의 집을 방문하고, 이 가운데 7명에게 현금으로 총 210만원을 건넸다. 경남도선관위는 A씨가 현금 이외에도 9만원 상당 음료 등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고발했다. 경남도선관위는 기부행위 등 위법행위 21건을 적발해 10건을 고발하고 11건을 경고 조치했다.

부산시 선관위도 조합원에게 선물을 준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로 조합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 B씨를 고발했다. 부산시 선관위는 B씨가 2021년 추석과 이듬해 설 명절 때 450명에게 1004만원 상당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했다. B씨는 작년 3월부터 8월 사이에도 조합원 60여명에게 36만원 상당 선물을 건넸다고 부산시 선관위는 밝혔다.

봉화군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조합원에게 현금 100만원을 제공하던 입후보 예정자를 현장에서 적발해 금품을 압수했다. 사진 봉화군선거관리위원회

봉화군선거관리위원회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조합원에게 현금 100만원을 제공하던 입후보 예정자를 현장에서 적발해 금품을 압수했다. 사진 봉화군선거관리위원회

경북 봉화에서는 입후보 예정자가 조합원에게 현금 100만원을 건네다 현장에서 적발됐다. 대구 동구의 한 농협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는 지난해 9월 추석 선물로 조합원 26명에게 117만원 상당 전복 선물세트를 돌렸다가 경찰에 고발됐다.

과일ㆍ부조 공세 현직 조합장도 딱 걸렸다

재선을 노리는 현직 조합장들도 위법행위에 연루됐다. 충남선관위는 조합원 220여명에게 718만원 상당 과일 선물세트를 제공한 현직 조합장을 적발했다. 전북에서는 조합원 경조사에 2600만원 상당의 축의ㆍ부의금을 부적절하게 제공한 현직 조합장이 적발됐다.

전주김제완주축협에 걸린 '자수 권고' 현수막. 사진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전주김제완주축협에 걸린 '자수 권고' 현수막. 사진 전북선거관리위원회

전북도 선관위는 이달 초 금품 받은 조합원은 자수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었다. 전북 전주시 호성동 전주김제완주축협 지점과 사무소 등 9곳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오는 3월 8일 실시하는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금품(홍어 등)을 받은 조합원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자수해 과태료를 감경·면제받기를 바랍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이 글을 보고 홍어를 받은 일부 조합원이 자수했다고 한다.

고액연봉, ‘얼굴 알리기’ 수단 된 조합장 선거

조합장에게는 억대에 달하는 연봉과 차량이 제공된다. 해당 조합에서 막강한 인사권도 행사한다. 선거권은 조합원만 행사할 수 있고 숫자도 많지 않다 보니 ‘6당 5락’(6억원 쓰면 당선, 5억원 쓰면 낙선) 등 속설이 나돌 만큼 금권선거로 흐르기 일쑤다.

중앙선관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국 시ㆍ도선관위 관계자들은 지난 17일 화상회의를 열고 ‘돈 선거 근절을 위한 특별단속 대책’을 발표했다. ‘돈 선거’가 우려되는 특별관리지역에 단속 전문인력을 상주시키고, 후보자 수시 방문 등을 통해 금품 등이 오가는 관행을 차단한다는 게 골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돈 선거 정황이 발견되면 끝까지 추적해 위반자 전원을 고발하는 등 엄중히 조치할 예정”이라며 “선거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한 자는 처벌을, 받은 사람은 받은 금액의 최대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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