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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18곳, 한국 14곳…점포 줄이는 은행, 제발등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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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온라인 뱅킹의 확산으로 금융 소비자의 편의가 늘고 있으나 그림자도 있다. 은행 점포 수가 줄어 금융 서비스의 사각지대가 넓어진 것이다. 은행 점포 감소가 단순히 디지털 금융에 서툰 고령 고객을 소외시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향후 지역 경제·창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은행의 ‘공공성’을 이유로 들며 점포 축소를 자제하라는 경고를 띄웠다.

2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17개 시중·지방·특수은행의 국내 지점·출장소는 총 5858곳으로 1년 전보다 339개 줄었다. 은행 점포 수는 2015년 이후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7년이 안 되는 기간에 1300개의 점포가 감소했다. 대부분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4대 주요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점포였다.

‘인구당 은행 수’ 한국 14.4개, OECD 18.3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은행이 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내방 고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비대면 업무가 점점 더 보편화하는데 비싼 인건비와 임대료를 계속 부담할 필요성도 적다. 은행 업무를 디지털로 바꾸고 점포를 줄이는 것이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를 보면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구당 은행 점포 수가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은행 점포가 애당초 여타 국가보다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성인 10만명당 상업은행 점포 수는 14.4개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3개, 유럽연합(EU) 20.9개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IMF가 고소득으로 분류한 국가의 평균은 18.5개였다.

정부는 은행 점포의 축소가 지방 도시 주민과 고령 고객 등을 소외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은행의 구조조정 모습을 보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 창출 이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며 “약탈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이 있었고 그게 지금 정점에 와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걱정하는 공공성 문제를 넘어, 은행 점포 축소가 지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이달 초 금융경제연구소가 공개한 ‘은행 영업점 축소 파급효과 분석과 은행권 대응방안’ 보고서의 실증분석 결과를 보면 지역별로 은행 지점 수가 1% 늘어날수록 지역내총생산(GRDP)은 0.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은행 점포가 줄면 지역의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는 뜻이다.

은행 지점 수는 특히 지역 내 창업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분석에 따르면 은행 지점 수가 1% 늘면 지역 내 신설 법인 수는 0.73% 증가했다. 금융 접근성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지역의 창업 환경도 나아진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특히 은행의 접근성이 떨어지면 은행 수익성도 악화할 것이라고 봤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의 지점 수가 줄어들수록 영업이익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은행 지점 통폐합 절차 시 지점의 수익성을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는 은행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은행권, 정부 압박에 점포 축소 계획도 조절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업계는 점포 통폐합과 디지털화가 은행권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이라는 데는 변함없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연이은 금융당국의 공개 지적과 비판 여론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2019년 이후 해마다 점포가 300~400곳씩 줄어든 것과 달리 올해는 축소 규모가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4대 은행 중 점포가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66개 지점의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고, 하반기 추가 통폐합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앞서 신한은행은 올해 10여개의 지점만 통폐합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지점 7개를 줄였고, 추가 감축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하나은행도 지난해보다 축소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은행권에선 ‘디지털 전환’이라는 업계의 경영 전략까지 당국이 나서서 제동을 거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령 고객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처음엔 점포 축소를 불편해하다가도 최근엔 ‘나도 한번 배워볼까’ 하며 모바일 뱅킹으로 넘어온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은행은 고객의 이용 행태 변화에 따라 경영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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