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Topic
K테크, 오일머니에 올라탈 수 있을까
돈 귀한 이 시점에 돈 잔치가 열린다. 고유가로 곳간을 채운 중동 국가들이 오일머니를 종잣돈 삼아 탈(脫)석유 미래 산업에 승부를 건다. 신재생에너지 사업부터 대규모 인프라 건설까지, 요즘 뜬다는 중동발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꼭 정보기술(IT)이 결합돼 있다.
중동의 테크붐에 한국 테크 기업도 빠질 순 없다. 하지만 중동에서 돈 벌기,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데. 중동 진출을 염원하는 K테크가 꼭 알아야 할 그들의 사정과 큰 그림, 속내는.
🧾목차
1. 오일머니가 들썩인다
2. 중동과 연 맺은 K들
3. 중동과 엮이고 싶은 K들
4. ‘사우디와 UAE 사이’, 꼭 알아야 할 점
5. Do & Don’t?

그래픽=한호정
1. 오일머니가 들썩인다
1970년대와 2000년대 초반, 그리고 2023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는 산유국 호황기가 다시 왔다. 엔데믹으로 수요는 늘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나올 곳은 줄었기 때문.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2~2026년 중동 국가들이 거둘 유가 수익은 최대 1조3000억 달러(약 18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 고유가로 돈벼락을 맞은 산유국이 준비하는 건, 석.유.탈.출.
◦ 탈석유, 이번엔 다르다: 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의존증 탈피’는 오래된 과제다. 국제 정세로 요동치는 원유 가격과 이에 따라 출렁이는 국가 재정을 익히 경험했기 때문. 그런데 최근의 위기감은 이전과는 좀 다르다. 미국 ‘셰일 혁명’으로 석유·천연가스 공급량이 증가한 데다 각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의 입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어쩌면 이번 호황, 마지막 돈 잔치는 아닐지. 중동이 바삐 움직이는 이유다.
◦ UAE와 사우디, 각각의 ‘비전 2030’: 중동 탈석유 대표선수는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UAE는 7개 토후국 중 두바이가 가장 먼저 경제 개혁·개방에 나섰고, 수도인 아부다비도 2008년 ‘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2030년까지 GDP 중 비석유부문 64%로 확대)을 발표한 뒤 외국 기업 유치에 나섰다. 각종 경제특구제도(규제 프리존)를 운영 중이고, 법인세·개인소득세는 대부분 면제인 데다 과학자·투자자 등 고급 인력에겐 10년 체류 비자(골든비자)도 척척 내준다. 현지 기업들은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우디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잡은 뒤 개혁·개방이 급물살을 탔다. 2016년 탈석유 프로젝트 ‘비전 2030’을 발표했는데, 세계 최대 인공 스마트시티 ‘네옴시티’는 그 일환이다. 5000억 달러(약 650조원)를 투입해 2만6500㎢(서울 면적의 44배) 규모의 AI 기반 신도시를 짓는다는 프로젝트. 목표는 비석유 부문 정부 재정 수입을 320조원대까지 키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