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보내줘, 편도로"…철이 통해 꿈 찾던 '은하철도' 작가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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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되려 도쿄(東京)로 상경하는 길이었어요. 돈이 없어 밤 기차를 탔는데 터널을 빠져나가는 순간 눈앞에 새까만 어둠이 펼쳐지더군요. 밤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았죠. 이 기억에서 '은하철도 999'가 탄생했습니다."(마쓰모토 레이지, 2017년 인터뷰에서)

은하철도999의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 [사진 실버트레인]

은하철도999의 원작자 마츠모토 레이지 [사진 실버트레인]

1980년대 한국에서도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돼 인기를 모은 '은하철도 999'의 원작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지난 13일 급성 심부전으로 별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85세.

1938년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구루메(留米)시에서 태어난 마쓰모토는 15살 때 그린 '꿀벌의 모험'이 잡지 '만화소년'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이후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주간소년킹'에 연재한 '은하철도 999'가 큰 인기를 끌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다.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으로 시작하는 주제곡으로도 유명한 TV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1982·1996년(MBC), 2003년(MTV), 2008년(EBS) 네 차례 방영됐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한 장면. 중앙포토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한 장면. 중앙포토

'은하철도 999'는 발표 당시로는 먼 미래였던 서기 2221년을 배경으로 엄마를 잃은 소년 철이(원작 이름 데쓰로)가 영원히 죽지 않는 기계 인간이 되기 위해 신비한 여인 메텔과 은하열차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향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17년 '은하철도 999' 탄생 4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열린 전시회를 찾은 작가는 "999는 아직 미완성이란 뜻이고 철이는 나의 분신"이라면서 "완성되지 않은 한 존재가 세상을 배우며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우주전함 야마토'(1974년) '우주 해적 캡틴 하록'(하록 선장·1978), '천년여왕'(1980) 등이 있다. 우주를 계속 그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지구의 자연과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류는 우주로 나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면서 "편도라도 좋으니 우주로 보내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2003년 '은하철도999'의 스핀오프(파생작)인 '은하철도 이야기'를 발표하는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왔으며 2006년부터는 다카라즈카 조형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록 선장의 명대사인 "내 깃발 아래 자유롭게 살아간다"를 자신의 인생 신조로 밝혔던 그는 말년까지 과학자들과 함께 하록 선장이 탔던 우주선 '아르카디아호'를 실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도 몰두했다.

마쓰모토의 스튜디오 측은 트위터에 "레이지는 별의 바다로 여행을 떠난 만화가"라며 "시간의 고리가 닿는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그는 항상 말했다. 우리도 그 날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를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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