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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역' '박정희공항'…정치권으로 튄 역사·공항 개명 논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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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직무 모습. 사진 국가기록원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직무 모습. 사진 국가기록원

철도역과 공항 명칭에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을 넣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갑론을박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은 박 전 대통령의 공적을 기리는 차원에서 박 전 대통령 이름을 붙일 것을 주장한다. 반면 역사나 공항에 전직 대통령 이름을 붙여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준석 “박 전 대통령 이름 붙인다고 관광객 안 와”

경북 구미시에 따르면 시는 구미~경산 대구권광역철도 사업으로 신설되는 사곡역 역명 개정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시민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박정희생가역’ ‘박정희역’ ‘정수역’ ‘새마을역’ 등 이름이 접수됐다. 구미시는 내년 역사 신축이 완료되기 전까지 역명을 개정할 방침이다.

구미시는 1안으로 박정희생가역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구미시는 이 명칭이 국토교통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2안으로 '사곡역(박정희생가역)', 즉 기존 역 이름은 유지하되 괄호 안에 1안에서 제시한 명칭을 넣은 역명을 역명부기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9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KTX 정차역도 아니고 전철역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정말 박정희 대통령을 예우하는 사람이라면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뉴시스

이 전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 인근) 진영역이 ‘노무현 생가역’이 되지 않은 것처럼 사곡역이 박정희 생가역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역 이름에 박정희 대통령 이름을 붙인다고 관광수요나 방문객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박정희 생가역·노무현 생가역 둘 다 해야”

반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 진영역이 노무현 생가역이 되지 않은 것처럼 박정희 생가역도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둘 다 하면 안된다가 아니라, 둘 다 하는 방향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지난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특전사동지회 초청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 행사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특전사동지회 초청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 행사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의원은 “미국 최대 국제공항인 뉴욕 JFK국제공항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왔고, 유럽대륙 최대의 관문으로 통하는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나라도 국민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전직 대통령 이름을 역명이나 공항명으로 남기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도 “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초경제 강대국으로 끌어올린 위대한 지도자로서 구미의 자산이자 시민 자부심”이라며 “구미로서는 위대한 지도자의 뜻과 정신을 후대에 이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 전 대표에게 부탁 말씀드린다. 위대한 지도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예우를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추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이 지난달 9일 경북 구미 순천향 구미병원에서 열린 '구미시 365 소아청소년 진료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김장호 구미시장이 지난달 9일 경북 구미 순천향 구미병원에서 열린 '구미시 365 소아청소년 진료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TK신공항 명칭도 ‘박정희 공항’ 하자는 목소리 나와
대구통합신공항 명칭에도 박 전 대통령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 1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제가 당 대표가 되면 최우선 과제로 TK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켜 지역 발전을 앞당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업적이 상당 부분 훼손당했다. 민주당 정권이 박정희 정권을 늘 홀대했다. TK신공항에 의견이 통일되면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을 짓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2021년 9월 대선후보 시절 “TK 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짓고,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김영삼 공항’으로, 호남 무안신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해 4대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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