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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52조원 사기 혐의 기소된 테라 권도형…국내 수사 영향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암호화폐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와 이 회사 공동창업자인 권도형(32) 대표를 미 연방 증권거래법상 사기 및 미등록 증권 판매 등의 혐의로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에 기소하면서,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대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의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20일 SEC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공소장에 따르면, SEC는 권 대표와 테라폼랩스가 무기명 증권을 제공·판매하면서 테라의 ‘1테라=1달러’ 가치 고정 안정성을 허위로 광고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에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8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고 봤다. SEC는 또 테라·루나 등이 투자계약증권의 기준을 충족하는데도 ‘미등록 증권’ 상태에서 투자자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받고 판매됐다고 판단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8월 15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업체 코이니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코이니지 유튜브 캡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해 8월 15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업체 코이니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코이니지 유튜브 캡처

SEC는 권 대표가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cold wallet·오프라인이라 해킹이 어려운 전자지갑)에 보관해 왔고, 지난해 5월부터 이 자금을 주기적으로 한 스위스 은행 계좌에 이체해 왔다고 공소장에 적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1비트코인당 약 3176만원으로, 비트코인 1만개는 약 3176억원 수준이다. 권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이 중 1억 달러(약 1295억원) 이상을 스위스 은행 계좌에서 인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SEC는 공소장에 국내 모바일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인 ‘차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테라폼랩스는 2019년 차이와 제휴를 맺고 차이 간편결제로 상품 구매시 블록체인 기반의 테라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면 수수료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SEC는 그러나, 차이 앱에서 블록체인을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 결제가 이뤄진다는 테라폼랩스의 주장은 사기라고 판단했다.

SEC는 “블록체인 결제가 사실이라면 테라폼랩스 블록체인 사용이 늘어나면서 테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자매 코인인) 루나의 가치도 높일 수 있었다. 투자자들은 테라폼랩스와 권씨의 주장을 근거로 루나를 매입했다”며 “하지만 실제 차이 결제는 결제 처리 과정에서 테라폼랩스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았고, 오히려 블록체인으로 결제가 처리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뤄진 차이 결제를 테라폼랩스 블록체인에 기만적으로 복제해 넣었다”고 적시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6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기소한 사기 혐의 공소장을 분석하면서 향후 혐의 적용과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본관 로비의 모습. 뉴스1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16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기소한 사기 혐의 공소장을 분석하면서 향후 혐의 적용과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본관 로비의 모습. 뉴스1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지금까지 증권성이 명확하게 판단되는 루나에 대해서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왔지만, SEC가 루나는 물론 테라에 대해서도 증권성을 인정함에 따라 향후 혐의를 적용할 때 테라의 증권성 여부도 추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차이 간편결제가 마치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현재 세르비아에 머물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수사망을 피해 도피 중인 것으로 보고 지난해 9월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 무효화 및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한 상태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달 초 세르비아 당국과 현지 접촉을 통해 권 대표 체포와 관련한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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