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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고금리 대출 비중 1년새 10배..."성과급은 딴세상 얘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고금리로 힘들어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금융권이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뉴스1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고금리 고통 분담을 위한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등 참석자들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고금리로 힘들어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금융권이 고통 분담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뉴스1

고금리 찬바람에 중소기업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 중 연 5%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이 1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11월 83.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중소기업계는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며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신규 취급액 기준) 중 금리가 연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은 연간 평균 28.8%였다. 전년(3%)의 9.6배이자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대기업 고금리 대출 비중이 2021년 3.0%에서 지난해 18.9%로 6.3배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15년부터 기준금리가 연 2% 아래로 내려가면서 중소기업 고금리 대출 비중은 10% 초반대를 유지했다. 2019년엔 8.6%로 줄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3%대(2020년 3.6%, 2021년 3%)까지 뚝 떨어졌다가 지난해 30%에 육박하게 급증했다. 2021년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여파다. 고금리 대출 비중을 월별로 나눠보면 지난해 1월 5.4%에서 지난해 11월 83.8%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92.3%)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다. 12월에는 77.3%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한계에 내몰리는 중소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늘어난 대출 규모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53조4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6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수출과 소비가 얼어붙어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중소기업들은 금융권에 고통 분담을 촉구하고 나섰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출금리 즉시 인하 ▶저금리 대환대출 강화 ▶상생기금 확대 등을 요구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시중은행들은 1조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고 하는데, 거래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다른 세상 얘기처럼 느껴져 허탈한 심정”이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은 86%가 담보나 보증서가 있는 안전한 대출인데, 은행은 매출이 떨어지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영업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기중앙회가 이달 15~17일 중소기업ㆍ소상공인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기관 대출 때 겪었던 애로사항(복수 응답)에 대해 “높은 대출 금리”라는 응답이 85.7%로 가장 많았다. 현재 평균 대출 금리는 연 5.65%로 지난해 1월(2.93%)보다 2.72%포인트 올라 상승 폭이 같은 기간 기준금리 인상 폭 2.25%포인트(1.25→3.50%)보다 크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의 금리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정책 방안을 검토하고 은행들과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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