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어른’이 되려고 했다, 어느 대학생의 슬픈 일기장

  • 카드 발행 일시2023.02.21

아들이 자취방에서 자살했다고 했다. 이달 초 전화로 의뢰해 온 이는 고인의 어머니였다. 아들을 잃은 엄마는 통화하는 내내 울먹거렸다. 장례를 치른 뒤 남편과 함께 아들의 자취방을 정리하러 갔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편은 아들의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며 고통스러워했단다.

아들은 서울의 명문대 재학생이었다. 지난해 제대하고 복학해 학교 근방에서 홀로 자취 중이었다. 찾아간 현장은 여느 대학생의 자취방처럼 원룸 형태였다.

부모는 아이의 옷가지와 물건들을 전부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다. 버릴 것과 버리지 않아야 할 것을 정리하던 중 가방에서 공책을 발견했다. 폐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펼쳐본 공책은 일기장이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써 온 일기장이었다.

고인은 어른이 되지 못하는 스스로를 책망하며 어른이 되고자 했다. 그가 생각한 어른은 계획표에 따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학교에서 뒤처지지 않으면서 착실하게 성공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었다. 그는 늦잠을 자는 자신에게,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자신에게,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실망했다. 부모와 안부를 주고받을 때마다 죄책감을 느꼈다. 그저 평범한 20대 청년의 일상을 보냈을 뿐인데…. 무엇이 이 청년을 이토록 힘들게 만들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