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백 투 더 베이직’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플루티스트 조성현(왼쪽)과 오보이스트 함경. 사진 파이플랜스
플루트와 오보에는 오케스트라 음색의 키를 쥔 목관악기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엠마누엘 파후드와 알브레히트 마이어가 나란힌 플루트 수석과 오보에 수석 자리에 앉아있던 시절, 그들이 불어넣는 숨결에 믿음이 절로 갔다.
파후드와 마이어처럼 우리나라엔 조성현(32)과 함경(30)이 있다. 예원학교, 베를린 필 인턴십 프로그램인 카라얀 아카데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목관 5중주단 바이츠 퀸텟이란 공통점을 가지는 두 연주자는 눈부신 활약으로 K-목관을 빛냈다.
5월 5일 예술의전당 ‘백 투 더 베이직’ 공연 #유럽 누비는 K-목관, 플루트와 오보에 한 무대 #목관악기 매력은 "호흡 통한 자연스러움, 솔직함"
조성현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종신 플루트 수석을 역임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조교수로 재임 중이다. 함경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하노버 오페라,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거쳐 현재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종신 제1수석단원이다.
현악에 비해 침체됐던 한국 관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이들이 한 무대에 선다. 5월 5일 5시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백 투 더 베이직’ 공연이다. 봄날의 공연에 큰 기대를 갖고 있는 두 사람을 서면으로 만났다.
조성현은 8세 때 엠마누엘 파후드의 내한공연을 보고 플루트를 시작했고, 아버지가 오보이스트였던 함경은 초등학교 때 리코더에 흥미와 재능을 보이며 자연스럽게 오보에로 옮겨갔다고 한다.
이들은 목관악기의 매력으로 ‘호흡’과 ‘솔직함’을 들었다. 조성현은 “숨을 불어넣어서 소리내기에 가장 솔직한 악기”라고 했고, 함경은 “꾸밈없이 연주자의 음악성과 내면을 전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연주를 묻는 질문에 조성현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시절 플루트 수석으로 연주한 바흐 ‘요한수난곡’의 경이로움을 잊지 못한다"고 했고, 함경은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지휘로 연주했던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은 최고의 음악적 경험”이라고 답했다.
둘이 함께하는 '백 투 더 베이직' 공연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못지않게 뛰어났던 그의 두 아들, 빌헬름 프리데만 바흐와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작품이 중심이다. 여기에 헨델과 비발디 등 바로크 시대 작품을 연주한다.
조성현은 “카페음악이라 불려도 될 만큼 편안하고 단순하며, 시대를 초월한 바로크 음악의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고, 함경은 “모든 음악의 시초인 바로크 시대에 플루트, 오보에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5월 5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백 투 더 베이직’ 공연에서 함께 무대에 서는 플루티스트 조성현(왼쪽)과 오보이스트 함경. 사진 파이플랜스
둘이 함께 연주하는 바흐 아들들의 작품은 거장 플루티스트 볼프강 슐츠와 한스외르크 쉘렌베르거의 듀오 음반에서 영감을 받았다. 함경은 "바로크 시대의 숨은 진주 같은 작곡가들"이라며 "공연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트리오 소나타 두 곡은 모두 단조의 슬픔 안에서 희망을 품은, 아름다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바이츠 퀸텟의 바수니스트 리에 코야마, 하프시코드 연주자 아렌트 흐로스펠트도 함께한다. 조성현은 이들과 비발디의 ‘플루트, 바순,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트리오 가단조’를, 함경은 헨델의 '오보에, 바순, 바소 콘티누오를 위한 트리오 24번 바장조'를 연주한다.
두 연주자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조성현은 함경에 대해 “모든 관악 연주자들이 닮고 싶어 하는 섬세하고도 흔들림 없는 연주자”라고 칭찬했다. 함경은 조성현에 대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플루티스트”이자 “음색 자체만으로 음악적인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독보적인 연주자”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클래식계에서는 관악이 현악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악기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생각한다”는 조성현은 “세계적인 한국 관악주자들이 설 수 있는 국내 무대도 늘어나야 하고, 전국의 시립·도립 오케스트라에서 아카데미를 창설해 학생들이 외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무대나 페스티벌, 연주단체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경은 “음악도 언어와 마찬가지로 다양하고 많은 음악과 연주를 접하고 듣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주를 찾아다니며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고자 하는 열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연주자 모두 운동이 취미다.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조성현은 요즘 테니스에 푹 빠져있다고 했다. 함경은 코로나19 이후 실내 암벽등반에 취미를 붙였다. 모든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악기 연주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5월 공연은 지칠 줄 모르는 이들의 호흡을 가까이에서 느낄 기회다.
“바로크 음악처럼 자유롭고 유연한 음악도 드물어요. 모든 해석이 허용되죠. 인간미가 넘치고 사랑이 가득한 음악이란 걸 느끼실 수 있도록 연주로 보여드리겠습니다.”(조성현)
“다가오는 봄, 숨은 진주 같은 바로크 시대의 아름다운 곡들과 목관악기의 매력을 많은 분들이 발견하셨으면 좋겠습니다.”(함경)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