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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숨기고, 일본은 파고들고…WBC는 곧 정보전이다

중앙일보

입력

KBO 전력분석팀 김준기 팀장(오른쪽)과 오준형 전력분석원이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한화와 네덜란드 WBC 대표팀의 평가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KBO 전력분석팀 김준기 팀장(오른쪽)과 오준형 전력분석원이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서 열린 한화와 네덜란드 WBC 대표팀의 평가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한화 이글스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세계야구의 각축장이다. 전통적으로 야구가 강세를 띠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남미의 여러 나라와 프로야구가 발달한 한국 등이 우승을 놓고 다툰다.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바로 ‘정보전’이다. 각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력분석팀을 가동해 상대를 낱낱이 파헤쳤다. 경계해야 할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며 분석노트를 빼곡히 채웠다.

WBC 개막이 다가오면서 정보전은 더욱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야구국가대표팀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는 국내 취재진뿐 아니라 일본 언론도 자리하며 무형의 신경전을 벌였다. 양현종의 첫 번째 불펜 투구가 있던 19일(한국시간) 만난 교도통신의 고니시 케이조 기자는 “한국 대표팀을 취재하러 왔다”면서 “이정후와 김광현을 잘 알고 있다. 또, 양현종이 선발투수로 나오는지도 궁금하다”며 대표팀을 향한 관심을 드러냈다.

고니시 기자는 “1991년 입사한 뒤 2001년 스즈키 이치로의 시애틀 매리너스 진출 때 함께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지금까지 특파원으로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2006년과 2009년 WBC를 현장에서 취재한 경험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에선 일본이 막강한 전력을 지녔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 고니시 기자는 현장을 부지런히 누비며 한국의 동태를 살폈다. 이따금 이강철 감독과 이정후 등에게 질문도 던지려고 했다. 그러나 고니시 기자의 취재는 일정 부분 제한됐다. 혹여 현장에서 나온 정보가 일본 대표팀으로 들어갈 것을 방지하기 위해 KBO 관계자가 이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의 첨예한 정보전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교도통신의 고니시 케이조 기자(왼쪽)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야구국가대표팀 훈련장을 찾아 KBO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교도통신의 고니시 케이조 기자(왼쪽)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야구국가대표팀 훈련장을 찾아 KBO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사실 일본 언론의 한국 관찰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NC 다이노스와의 1차 평가전이 열린 17일에는 TBS 취재진이 나타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로도 잘 알려진 이시이 도모히로 아나운서가 직접 현장을 찾아 연습경기를 지켜봤다. TBS는 이날 평가전 영상을 담아가려고 했지만, 이 역시 KBO의 제지를 받았다. KBO 관계자는 “전력 노출의 우려가 있어서 영상 송출 시간을 5분 내로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국내 방송사에서 연습경기 중계를 요청해왔지만, 같은 우려로 이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곳에서도 정보전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 KBO 전력분석팀은 2라운드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네덜란드를 육안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는 20일부터 피닉스에서 한화 이글스, LG 트윈스, 키움 히어로즈와 차례로 연습경기를 벌인다. 한국으로선 복병 네덜란드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KBO 관계자는 “2013년과 2017년 WBC에서 네덜란드나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일격을 당했다. 이후 전력분석의 중요성이 매우 커졌다”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력분석팀이 지난해부터 세계 각지를 부지런히 누볐다. 이제 개막이 다가온 만큼 실전 분석을 통해 최종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야구국가대표팀과 KIA의 연습경기가 열린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 클럽하우스에 틀어져 있는 호주 경기 영상. 사진 KBO

야구국가대표팀과 KIA의 연습경기가 열린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 클럽하우스에 틀어져 있는 호주 경기 영상. 사진 KBO

선수들도 전력분석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20일 대표팀의 클럽하우스에는 1차전 상대인 호주의 경기 영상이 계속 틀어져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화면을 크게 틀어놓는 것과 혼자서 영상을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숙소에서도 하루 30분씩 다함께 모여 전력분석 영상을 큰 모니터로 시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표팀은 20일 KIA와의 평가전에서 11-6으로 이겼다. 박병호가 2타수 1안타 2타점, 김혜성이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또, 이정후와 양의지, 김현수 등 주축 타자들도 모두 안타를 뽑아내면서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마운드에선 선발투수로 나온 구창모가 1이닝 동안 3안타 2실점으로 고전했지만, 뒤이어 나온 박세웅과 곽빈, 김원중, 정철원, 소형준, 이의리, 원태인, 정우영이 모두 1이닝을 책임지며 승리를 지켰다.

경기 후 만난 이강철 감독은 “야수들의 컨디션이 좋다. 다들 타격감이 나쁘지 않다”면서 “투수들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아직 몸 상태가 덜 올라온 선수들이 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경기를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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