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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 키운 野' 與도 닮아간다…"당원에 공천권" 앞다퉈 구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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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 정책비전 발표회를 열고 '당원권 강화와 공천 시스템'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차 정책비전 발표회를 열고 '당원권 강화와 공천 시스템'에 대해 밝히고 있다. 뉴스1

3·8 전당대회에 나선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너도 나도 친(親)당원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는 책임당원 선거인단이 선출하도록 하겠다”며 “당원이 직접 공천권을 행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비례대표 후보 순위 지명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했는데 앞으론 책임당원들이 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정문 앞에서 황교안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거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광주·전북·전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16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정문 앞에서 황교안 대표 후보 지지자들이 거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스1

안 후보는 또 “총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는 현역 의원은 책임당원 배심원단이 직접 거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간 공천관리위원회가 편파적인 결정을 하기도 했다. 그것을 막고자 당원에게 의사를 묻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후보도 당원 권한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황 후보는 16일 언론인터뷰에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며 “일하고 싶은 당원에게 지명직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원장 등 주요 당직을 맡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같은 요직을 국회의원이나 전직 의원, 당협위원장이 아닌, 평당원에게 맡기는 것은 국민의힘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황 후보는 당론이나 주요 입법과제도 책임당원 총투표를 통해 정하겠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김기현 후보는 전 당원 온라인투표제로 당의 주요 안건을 정하자고 했고, 천하람 후보는 차기 총선 공천에서 당원·시민 배심원단을 꾸려 후보를 추리겠다고 공약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왼쪽)와 천하람 대표 후보가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왼쪽)와 천하람 대표 후보가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바로세우기(국바세)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원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이들의 권한을 확대하고 당 지도부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게 여권 내 시각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약 78만명으로 2021년 6월 전당대회 당시 약 28만명에 비해 3배가량 늘어났다. 특히 당원 권한 강화 공약은 이번 전당대회가 책임당원 100%의 투표 비중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각 후보들 입장에서는 빼놓기 어렵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당원의 책임성을 강화하지 않고, 단순히 권한만 늘리면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책임당원이 직접 공천에 관여하면 ‘인기투표’식 공천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당협위원장은 “출마자 입장에서는 당원의 표를 얻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주장만 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당원 권한이 강화될수록 당심과 민심 사이의 괴리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국민의힘 당내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대구·경북(TK)지역의 60대 이상 책임당원이다. 보수적인 성향인 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 2030당원이나 당 밖에 있는 합리적인 성향의 중도층과는 결이 다른 방향으로 당이 운영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에 당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당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 상황과 닮아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친문계 주도로 온라인 당원제를 도입해 2년 만에 당원 숫자를 24만명에서 71만명으로 크게 늘렸다. 이후 ‘문빠’라 불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 극성 지지층이 당 여론을 장악한 뒤 ‘조국 사태’를 옹호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18일 청주시 흥덕구 국민의힘 충북도당 강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18일 청주시 흥덕구 국민의힘 충북도당 강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당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제기되는 상황이었지만 ‘개딸(이재명 극성 지지자)’이 이 대표를 강하게 밀어 당선시켰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찰 수사로 당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악재를 겪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당이 개딸에 휘둘린 것이 현재의 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강성 당원이 당을 주도하면 다양한 목소리가 사라져 결과적으로 해당 정당이 중도층의 지지를 못 얻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그렇게 되면 정당으로서는 집권과 권력 획득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이루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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