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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희한한 중국 때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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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차이나랩 대표

지난 15일 인도 육군이 고산지대 활약이 가능한 공격용 헬기 200대를 도입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중국 견제용’이란 평가가 따랐다. 1월엔 인도와 일본이 사상 첫 연합 전투기 훈련을 벌였다. ‘중국을 겨냥한’ 훈련이란 해석이 붙었다. 2020년 6월 인도군과 중국군이 갈완 계곡에서 충돌해 수십 명의 사망자를 낸 이래 양국 관계는 철천지원수처럼 보도된다. 당시 흥분한 인도 군중은 중국제 스마트폰을 부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상화를 짓밟았다.

한데 놀라운 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이 삼성을 밀어내고 여전히 인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는 또 중국과 군사훈련도 함께한다. 지난해 러시아 주도의 ‘보스톡 2022’ 군사훈련에 인도와 중국이 나란히 참가했다. 최근엔 호주와 중국과의 관계도 묘하다. 호주는 2018년 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했고 2020년엔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요구해 중국을 격분시켰다. 호주는 오커스와 쿼드 등 미국 주도의 대중 포위 정책 참여에도 열심이다.

미국 포드 자동차의 짐 팔리 최고 경영자가 중국 CATL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포드 자동차의 짐 팔리 최고 경영자가 중국 CATL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화가 난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수입 중지 등 보복 조치를 취했다. 양국 관계는 사상 최악으로 묘사됐다. 한데 지난해 호주 정권이 바뀌더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해빙 무드다. 중국의 호주산 석탄 수입이 재개됐고 호주산 바닷가재도 곧 중국 식탁 위에 오른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미국의 행보다. 2018년 무역전쟁 이래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사생 결단의 패권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옥죄기 위해 동맹국들까지 규합했다.

그러나 최근 미 기업 CEO들의 잇따른 방중 소식이 들린다. 애플과 화이자 CEO들이 내달 ‘중국개발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찾는다. 게다가 미 포드 자동차는 최근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교묘히 우회하는 방법이다. 반면 포드가 우리 SK온과 튀르키예에 세우려던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은 무산됐다고 한다.

한국 전기차 업체는 IRA로 인해 1차 피해를 봤다. 이젠 우리 배터리 업체까지 뒤통수를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칫 동맹의 손발은 묶고 미국만 중국과 장사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볼멘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중국 경제가 방역 완화 후 회복할 것이란 기대 속에 세계 각국이 저마다 중국을 상대로 잇속 챙기기에 나선 모양새다. 우리로선 남이 부는 피리에 넋 놓고 장단만 맞추고 있을 때가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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