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북, ICBM 기습 발사…재진입엔 실패 추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북한이 지난 18일 올해 들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쐈다. 지난해 11월 두 차례 ICBM을 발사한 이후 석 달 만이다. 국방부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부활한 『2022 국방백서』를 발간한 지 이틀 만이다. 한·미는 19일 B-1B 전략폭격기 등을 동원한 연합훈련 실시로 맞대응했다.

1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18일 미사일총국의 지도로 평양 순안공항에서 ICBM급 화성-15형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8일 오후 5시22분쯤 장거리탄도미사일 한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발사한 화성-15형이 최대 고도 5768.5㎞까지 올라간 뒤 4015초 동안 989㎞를 날아 동해 공해상의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정상(30~45도)보다 높은 각도로 쏜 고각 발사였다.

관련기사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18일 오후 6시27분쯤 홋카이도 남서쪽 무인도인 오시마오시마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은 “(정상 각도 발사 시) 미사일은 사정거리가 1만4000㎞를 넘는 것으로 판단되며 미국 전역이 사정권”이라고 말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2017년 11월 처음 쏜 화성-15형보다 탄두 중량을 줄이고 일부 엔진 성능을 개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발사와 관련해 특이점은 세 가지였다. 우선 불시훈련의 모양새를 취했다. 통신은 “훈련은 사전 계획 없이 18일 새벽에 내려진 비상화력전투대기 지시와 이날 오전 8시 하달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김정은) 명령서에 의해 불의(불시)에 조직됐다”고 밝혔다. “핵무력의 전투준비태세를 각인시키고 국가 핵억제력 구성 부분들의 정확한 가동성, 효과성, 전투성에 대한 확신과 담보를 입증하는 목표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 발표대로라면 명령서가 나온 후 실제 발사는 9시간22분 후에 이뤄졌다. 연료 주입에 최소 수 시간이 소요되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화성-15형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최근 고체연료 ICBM 개발에 몰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 매체는 이날 미사일 제원을 밝히면서 이례적으로 발사 시간은 뺐다. 군 관계자는 “한·미 군 당국은 미사일의 움직임을 사전 포착해 감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북, 고도 5768㎞ 고각발사…정상 발사땐 미국 전역 사정권

한·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다음 날인 19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하는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합참]

한·미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다음 날인 19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등이 참여하는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합참]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북한은 이번 발사가 적대세력들에 대한 핵반격 능력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반격(second strike)은 공격받은 뒤 아무리 늦어도 30~40분 안에 진행돼야 한다”며 “9시간이 지나 발사할 수 있다면 이미 효용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예기치 않게 북한 ICBM의 기술력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일본 방위성은 항공자위대 전투기인 F-15J가 지난 18일 북한의 화성-15형으로 보이는 비행체의 영상을 촬영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영상 속 비행체는 낙하 도중 두어 개로 갈라진 뒤 불꽃이 튀더니 곧 꺼졌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미사일이 대기권에 다시 들어온 뒤 공기밀도가 높은 고도 10~20㎞에서 불이 붙어 둘로 갈라지면서 탄 것처럼 보인다”며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앞서 북한이 2017년 7월 발사한 화성-14형도 홋카이도에서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뒤 화염이 꺼지는 모습이 관측됐다. 정상적이라면 목표 지점에 떨어질 때까지 불꽃이 사그라지지 않고 계속 보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미는 북한 ICBM이 재진입 후 목표 지점에서 정확히 폭발하는 기술(재진입 기술)은 아직 확보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ICBM 탄두부는 대기권을 뚫고 정점 고도까지 올라간 뒤 떨어지면서 다시 대기권에 들어온다. 속도는 마하20을 훌쩍 넘고, 온도는 최대 1만도 가까이 올라간다. 그래서 탄두부를 보호하는 탄소복합재가 필요하다. 이춘근 위원은 “탄소복합재 재료는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하고 수출 통제가 엄격하기 때문에 입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당 중앙군사위가 실전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면서도 강평에서 ‘우’를 줬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18일 발사에 100% 만족하지 않았다는 점을 에둘러 나타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날 ‘발사 훈련’이 미사일총국 지도로 제1붉은기영웅중대가 진행했다고 밝힌 점이다. 미사일총국은 지난 7일 북한 매체 보도에서 그 존재가 처음 확인된 기관이다. 북한 매체는 또 제1붉은기영웅중대를 지난해 11월 18일 신형 ICBM인 화성-17형을 시험발사한 부대라고 소개했다. 북한의 ICBM은 전략군이 운용하는데 이번에 행정기관에 가까운 미사일총국이 지도한 것과 관련해 “북한 미사일부대 전투서열의 변화”(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라는 분석도 있다.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은 ICBM 발사 직후인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긴급 회동했다. 또 한·미는 19일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를 한국의 F-35A와 F-15K, 미국의 F-16 등 10여 대가 호위하면서 서해에서 동해로 비행하는 연합 공중훈련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