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연금 받으려…군 장성 출신 의원들 ‘셀프 법개정’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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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퇴역 군인에게 지급하는 군인연금을 국회의원 임기 중에도 지급하는 내용의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추진돼 논란이다. 현재는 국회의원 같은 선출직 공무원 임기 중엔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정부가 공적연금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에 시동을 건 상황이지만, 국회에선 이처럼 연금 곳간을 위협하는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19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엔 군인연금법 개정안이 올라왔다. 선출직의 월급이 군인연금 수령액보다 ‘적으면’ 연금 일부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선출직 공무원의 소득이 연금보다 ‘많아도’ 군인연금의 최소 50%를 지급하는 것으로 수정됐다. 국회의원 월급은 군인연금보다 많다.

당시 국방위 소위 회의록을 보면 육군 중장 출신의 한기호 의원(국민의힘)은 “봉급이 많고 적은 게 문제가 아니다. 국방부가 군인 출신을 홀대하는 게 아니라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어 육군 대장 출신 김병주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저 당사자 문제라 거론하기 조심스럽긴 한데 해당하는 사람이 6명 정도밖에 안 된다. 기재부 협조도 문제없다”고 호응한다.

해당 개정안은 1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상정돼 논의됐다. 법사위에서 가결되면 법안은 본회의에 올라가고, 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 공무원연금과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법안 통과는 ‘일단 멈춤’ 상태지만,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다. 법사위 회의엔 기획재정부 관계자까지 나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안으로 혜택을 볼 대상은 11명인데 그중 5명이 국회의원인 만큼 국회가 일부 의원을 위해 셀프로 법 개정하는 모양새라는 게 반대 의견의 골자였다.

문제는 이처럼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특정 집단에 유리한 입법을 통해 연금 곳간을 비게 만드는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무원연금도 법 개정으로 수천억 원의 연금이 추가 지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퇴직했다가 재임용되면서 연금을 받지 않기로 한 공무원에게도 연금을 주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1996년부터 2005년 사이 재임용되면서 이전 재직기간에 쌓인 연금을 일시급으로 받은 이들에게 연금 수령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정부는 일시급 수령으로 인해 못 받은 연금을 계산해 이자까지 쳐서 주고, 퇴직 공무원의 사망 때까지도 연금을 지급해야 한다. 정부는 법 통과 시 665명에게 1658억원의 공무원연금이 추가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일시급을 선택한 이들에게 다시 연금 수령 기회를 주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국회 행안위에서 “일시급으로 받은 분들이 불이익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곧 법안소위를 열고 통과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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