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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코스피 10% 밀어올렸는데…외국인 원화약세에 ‘주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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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 10조원에 육박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순매수)’ 행진에  힘임어 코스피는 새해 들어 10% 가까이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들썩이는 달러 강세와 불투명한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에 외국인 순매수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설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연초부터 지난 17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에서 10조원에 육박한 9조125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5조 1871억원)와 기관이(-3조6967억원) 함께 8조8838억원 ‘팔자’에 나선 것과 비교된다. 연초 한풀 꺾인 달러 강세,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로 몰린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외국인 투자자(이하 외국인)의 ‘쇼핑’ 규모도 눈길을 끈다. 지난 17일 기준 올해 외국인 순매수액(9조1259억원)은 같은 기간으로 연간 외국인 순매수액을 따지면 2012년(9조 3100억 원) 이후 가장 많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지난해 말 2236.4에서 이달 17일 2451.21로 올랐다. 한 달 보름여 만에 9.6% 상승했다.

문제는 국내 증시의 주요 수급 주체인 외국인의 순매수 속도가 이달 들어 다소 주춤해졌다는 점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6조5495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2월 순매수 규모는 17일까지 2조5765억원으로 지난달 절반(3조2747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외국인의 ‘바이’ 행진에 제동이 걸린 건 달러 몸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어서다. 달러값이 오르면서 이달 초 1220원대에 거래됐던 달러당 원화가치는 지난 17일 장중 달러당 1300원 아래로 하락했다. 시장 예상과 달리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이 달러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 폭(지난달 6.4%)이 예상만큼 줄지 않는 데다 미국의 일자리 수가 시장 예상의 3배를 웃도는 등 고용지표가 탄탄한 영향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고용 지표 발표 직전에 101까지 하락했던 달러 인덱스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기준금리를 2번 넘게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달러값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화값이 달러당 1300원 아래로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연초 지수 상승분(약 10%)을 상쇄할 정도로 환율로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중국의 리오프닝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외국인을 흔들 변수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큰손(기관투자자)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 한국 증시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물론 중국과 대만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약해지거나 최근에는 순매도 현상이 나타났다”며 “강한 모멘텀으로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산업 전망도 외국인의 국내 증시 복귀를 결정하는 변수다. 연초 이후 외국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지난 17일 기준 3조4293억원어치 사들인 삼성전자다. 김태홍 그로스힐자산운용 대표는  “주가는 업황보다 선행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실제 반도체 경기가 언제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설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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