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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훈련장 한켠 낯선 외국인들의 정체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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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이정후. LA다저스와 뉴욕 메츠를 포함해 메이저리그 9개 구단 스카우트가 현장을 찾아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뉴스1]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이정후. LA다저스와 뉴욕 메츠를 포함해 메이저리그 9개 구단 스카우트가 현장을 찾아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뉴스1]

다음 달 8일 개막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이곳에는 매일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10여명의 남자들이 몰려든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파견한 스카우트들이다.

미국 전역에서 날아온 이들은 대표팀이 소집된 15일부터 경기장을 찾아 ‘매의 눈’으로 그라운드를 지켜보고 있다.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를 시작으로 지난 16일 NC 다이노스와의 연습경기를 앞두고는 무려 9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관중석 한켠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해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메츠,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등이 파견한 스카우트였다.

이들은 주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력을 꼼꼼히 챙겨봤다. 지난해 타격 5관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한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의 스타다. 실력은 물론 인성과 스타성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아버지 이종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눈물겨운 노력으로 최고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이정후는 이미 지난해 12월 미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수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운영하는 보라스 코퍼레이션과도 손을 잡았다.

이정후

이정후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정후가 아직 20대 중반으로 젊은 편인 데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은 점을 고려해 빅리그에서도 큰 활약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도 이런 관심을 반영해 최근 이정후 관련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키움의 미국 스프링캠프와 대표 팀의 훈련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꼼꼼하게 이정후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관계자는 매일 출석 도장을 찍으면서 큰 관심을 보였다.

이정후는 그래도 담담한 표정이다. 그는 “(스카우트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면서 “나와 관련된 평가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고우석이나 정우영·강백호·김혜성처럼 미국 진출을 원하는 다른 선수들을 보러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WBC 출전을 향한 진지한 마음가짐과 각오는 숨기지 않았다. 그는 특히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대표팀 캠프에서도 타격폼을 고치고 있다. 시속 150㎞가 넘는 빠른 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좀 더 간결한 동작을 연마 중이다.

이정후는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타격 폼을 바꾸면서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동작을 찾는 중”이라며 “아직 연습경기가 많이 남았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하면서 내게 맞는 타격폼을 찾겠다”고 했다.

대표팀의 1차 목표는 4강 진출이다. 한국은 다음 달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1라운드를 앞두고 일본·호주·중국·체코 등과 함께 B조에 편성됐다. 다음 달 9일 호주와 1차전을 벌인다. 1라운드를 통과하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4강이 맞붙는 2라운드가 열린다. 한국은 본선 1라운드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8강전에 진출하고, A조 1위 혹은 2위 팀을 꺾으면 4강 무대를 밟을 수 있다.

이정후는 “일단 호주와의 1차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다음 상대가 일본인 점을 고려하면 첫 경기를 꼭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면서 “(4강이 열리는)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한 이정후의 발자취

● 2016년 6월 27일 프로 지명(넥센 1차지명)
● 2017년 3월 31일 프로 데뷔(고척 LG전)
● 2017년 11월 6일 KBO리그 신인왕 수상(타율 0.324 179안타)
● 2017년 11월 16일 국가대표 데뷔(APBC 일본전)
● 2022년 11월 17일 KBO리그 MVP 수상(타율 0.349 193안타)
● 2022년 12월 19일 미국 진출 선언(구단 포스팅 허락)
● 2023년 1월 25일 현지 에이전시 계약(보라스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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