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주일본 한국대사를 지낸 강창일 전 의원은 한·일 관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외교에는 100% 승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1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정상 간 셔틀외교를 제외한 경제 등 양국 간 전 분야는 이미 잘 돌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한·일 관계를 정치로 활용하려는 정치인들만 훼방을 놓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의원은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자신의 논문 8편을 모은 논문집 『근현대 한국과 일본』(사진)을 출간했다.
- 한·일 관계 경색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뭔가.
- “수출규제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는 이제 껍데기만 남았을 정도로 전 분야가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영토 문제를 포함한 역사 문제는 정서적 영역이라 1000년, 2000년이 지나도 잘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와 외교에선 서로 명분을 줘야 한다.”
강 전 의원은 4선 국회의원으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대표적 지일파(知日派)인 그를 주일대사에 임명했지만, 관계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
-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한·일 정상은 분명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일본에서 ‘아베파’의 입김이 크다. 대사 시절 일본 기업과 깊은 얘기를 나눴는데 ‘강제 연행(강제징용)’ 등 정치적 분야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그들도 최소한 임금 미지급 등에 대해선 사과와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걸 아베 내각이 정치적 계산으로 못하게 했던 거다.”
- 한·일 양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 “상대를 그저 감정적으로 ‘나쁜 놈’이라고만 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정치권도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이를 활용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 전략의 측면에서 남방으론 미국·일본·호주·인도 중심의 쿼드(Quad)가, 북방으로는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일의 기업과 국민 모두 이러한 요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강 전 의원은 “양국 관계 개선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회한이 있다”며 “양국의 실무선에서는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며 ‘씨’를 뿌려놨으니 윤석열 정부가 관계 개선의 ‘열매’를 맺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