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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서로에 명분줘야…외교엔 100% 승리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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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강창일

강창일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주일본 한국대사를 지낸 강창일 전 의원은 한·일 관계의 개선 방안에 대해 “외교에는 100% 승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이 서로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17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정상 간 셔틀외교를 제외한 경제 등 양국 간 전 분야는 이미 잘 돌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한·일 관계를 정치로 활용하려는 정치인들만 훼방을 놓지 않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의원은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자신의 논문 8편을 모은 논문집 『근현대 한국과 일본』(사진)을 출간했다.

한·일 관계 경색이 풀리지 않는 이유가 뭔가.
“수출규제나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문제는 이제 껍데기만 남았을 정도로 전 분야가 잘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영토 문제를 포함한 역사 문제는 정서적 영역이라 1000년, 2000년이 지나도 잘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와 외교에선 서로 명분을 줘야 한다.”
근현대 한국과 일본

근현대 한국과 일본

강 전 의원은 4선 국회의원으로 한·일의원연맹 간사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는 2021년 1월 대표적 지일파(知日派)인 그를 주일대사에 임명했지만, 관계 정상화를 이루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일 정상은 분명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일본에서 ‘아베파’의 입김이 크다. 대사 시절 일본 기업과 깊은 얘기를 나눴는데 ‘강제 연행(강제징용)’ 등 정치적 분야를 제외하면, 한국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그들도 최소한 임금 미지급 등에 대해선 사과와 보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런데 그걸 아베 내각이 정치적 계산으로 못하게 했던 거다.”
한·일 양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상대를 그저 감정적으로 ‘나쁜 놈’이라고만 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정치권도 친일·반일 프레임으로 이를 활용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 전략의 측면에서 남방으론 미국·일본·호주·인도 중심의 쿼드(Quad)가, 북방으로는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일의 기업과 국민 모두 이러한 요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제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강 전 의원은 “양국 관계 개선의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회한이 있다”며 “양국의 실무선에서는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며 ‘씨’를 뿌려놨으니 윤석열 정부가 관계 개선의 ‘열매’를 맺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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