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핑 기모노 논란에도 울분…'초밥집 옷' 논란된 한복 대표 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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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한복 브랜드 (주)리슬 황이슬 대표. 사진 황이슬 대표

생활한복 브랜드 (주)리슬 황이슬 대표. 사진 황이슬 대표

황이슬 대표 "고증 거친 명백한 한복" 반박

"피를 토하는 심정입니다."

'왜색 논란'에 휩싸인 한국전통문화전당 한복 근무복을 디자인한 생활한복 브랜드 (주)리슬 황이슬(36) 대표는 19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유물과 자료 고증을 거친 명백한 한복"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황 대표는 "현대화된 한복을 만들 때마다 '북한 사람이냐' '유관순 같다' '초밥집 사장 같다' 등의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중국이 한복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한복공정' 속에서 정작 한국에선 우리 옷을 남의 옷이라고 하는 건 어이없는 일"이라고 했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황 대표는 BTS·청하·마마무 등 K-팝 스타 무대 의상을 제작하는 등 한복 대중화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재석·장윤정 등도 황 대표가 만든 생활한복을 입었다. 지난해 9월엔 국내 한복 브랜드로는 세계 최초로 이탈리아 밀라노 패션쇼에 작품을 선보였다.

논란이 불거진 건 전주시 출연기관인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최근 "한복 활성화를 위해 매주 금요일 직원들에게 개량 한복을 입힐 계획"이라며 디자인을 공개하면서다. 전당 측은 "태극기 검은색 괘와 태극기 바탕의 흰색을 모티브로 제작됐다"고 했다. 근무복은 960만원을 들여 80벌 제작했다.

칼깃 저고리를 현대식으로 만든 한국전통문화전당 근무복. 사진 황이슬 대표

칼깃 저고리를 현대식으로 만든 한국전통문화전당 근무복. 사진 황이슬 대표

조선시대 이진승 묘에서 출토된 저고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사진 황이슬 대표

조선시대 이진승 묘에서 출토된 저고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사진 황이슬 대표

전당 "전통과 실용성 살린 근무복 재검토"

이를 두고 "상의 옷깃이 일본 기모노 한에리(半衿·속옷 위에 장식 목적으로 덧대는 헝겊)와 비슷하고 동정(저고리 깃 위에 덧대는 헝겊) 폭이 좁아 일본풍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전당 측은 이날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다"면서도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살린 근무복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한발 물러났다.

황 대표는 19일 성명을 내고 "(근무복은) 조선시대 칼깃 저고리를 기본으로 삼아 제작했다"며 "검은색은 우리 고유의 전통 오방색 중 하나로 왕이 입던 '현의', 학자들의 '심의'에 쓰이는 색과 동일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동정 너비도 조선 전기에는 넓게, 조선 후기에는 좁게 바뀌었기 때문에 넓으면 한복, 좁으면 일본식이라고 지적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8년 미스유니버스 선발 대회에 출전한 이지선(2007년 미스코리아 진)씨 옷을 두고 제기된 '일본 무녀 옷 같다'는 논란을 언급하며 "한복을 배운 저에겐 너무나 한국스러운 옷이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무녀 복식을 접한 이들에겐 무녀 옷으로 해석됐다"며 "흰색과 빨간색 색상 배치만 유사할 뿐 복식 구조는 전혀 다른 옷이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블랙핑크 의상에 대한 '기모노 베끼기' 논란에 대해서도 "한·중·일 동아시아 복식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큰 틀에선 비슷한 점이 많다"며 "'내 눈엔 그렇게 보인다'는 주관적 평가를 사실인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조선적인 것을 한국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한복 치마 어깨끈은 조선 이후 등장했고, A자 모양으로 퍼지는 한복 치마도 1950~1960년대 고안된 현대적 기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복업계 원로 교수와 업체 대표 등이 '왜 문제없는 옷으로 논란을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위로해 줬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조선시대에 국한된 한복 형태만을 한복이라고 보는 선입견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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