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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바닥, 이게 사라지기 직전"…아직 반등 아닌 5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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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급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뉴스1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급매물 안내문이 붙여있다. 뉴스1

 올해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 완화에 힘입어 서울 아파트 거래가 소폭 늘었다. 또 급매물이 소화되며 거래량이 늘고, 일부 단지에선 매도 호가가 소폭 상승하는 등 하락세가 진정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아직 바닥을 예측하기엔 조심스럽다. ‘데드 캣 바운스(일시적 반등)’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19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가운데 집값이 폭락했던 지난해 4분기(10~12월) 최저가보다 올해 1~2월(2월 19일까지 신고건 기준) 최고가가 높은 주택 유형(단지와 전용면적이 동일한)은 72곳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149㎡는 지난해 10월 28일 28억5000만원(24층)에 거래됐다. 넉 달 뒤인 지난달 20일엔 같은 층이 34억원에 손바뀜해 5억5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단지 전용 83㎡도 지난해 12월 17일 19억원(3층)에 최저가를 기록한 뒤 지난달 13일 23억원(10층)으로 4억원이 반등했다. “집값 반등”을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러나 하락을 지속하는 단지도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전용 140㎡는 지난해 12월 13일 66억원(5층)에 거래됐는데, 지난달 3일에는 이보다 11억5000만원 낮은 가격(5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4차 전용 83㎡도 14억7500만원(12월 10일)에서 2억7500만원 떨어진 12억원(1월 19일)에 거래됐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전망에 주로 활용하는 핵심 지표들도 집값 하락세가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는 금리다. 최근 상승을 멈출 것으로 보였던 기준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경제지표가 최근 잇따라 예상 밖 강세를 보이면서 그간 힘을 받던 ‘기준금리 정점론’이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융당국이 금융권(은행) 지도를 통해 금리가 떨어지고는 있지만,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따라 주택 시장 하락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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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이 늘긴 했지만, 이를 두고 ‘집값 바닥’을 예단하기엔 이르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는 1317건이다. 아직 신고 기간이 열흘가량 남은 점을 고려하면 1500건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월평균 거래량(1000건)을 넘긴 했지만, 2020년( 6749건)·2021년(3498건)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작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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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상반기 전후로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해의 70% 수준이 돼야 바닥이라고 할 수 있다”며 “급매물이 사라지기 직전이 바닥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청약 경쟁률과 미분양 물량 등 청약 관련 지표 역시 ‘집값 추가 하락’에 힘을 싣는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 평균 경쟁률은 0.3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2.6 대 1)보다 크게 떨어졌다. 전국 미분양 가구 수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6만8107가구로 위험선인 6만2000가구를 돌파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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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도 심각한 수준이다. 역전세난이란 현재 전세 시세가 2년 전 계약 때보다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을 가리킨다. 특히 2021년 전셋값이 고점일 때 맺은 계약의 만료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역전세에 의한 투매 가능성도 높다. 또 전셋값 폭락에 따른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아파트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KB부동산 기준 52%로 11년 만에 최저치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선 갭투자도 어렵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서울 일부 아파트의 시세는 2020년 상반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비싸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최근 잇따라 17억~18억원에 거래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의 가격은 역대 최고가(23억8000만원)보다 5억~6억원가량 내린 가격이지만, 2020년 6월 실거래가 수준과 비슷하다. 또 가구 소득 대비 평균 주택가격(PIR), Z스코어지수, 주택구입부담지수 등 각종 지표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일부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이 가격이면 바닥이 아니더라도 매수할만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급매물이 소화되고 있다”면서도 “고금리 등 대내외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당분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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