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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오면 감옥 있겠지"…中 금융 거물이 또 돌연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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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금융계의 바오 판 차이나 르네상스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금융계의 바오 판 차이나 르네상스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금융계의 거물로 통했던 바오 판(53·包凡) 차이나 르네상스(華興資本) 회장이 최근 실종됐다고 18일(현지시간) BBC 등이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뒤 시행돼온 ‘반부패 척결 캠페인’으로 수사 당국에 구금된 것으로 추정된다. 외신들은 중국이 올해 금융 분야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 투자은행(IB)인 차이나 르네상스는 “바오 판과 연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16일 홍콩 증권거래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바오의 실종이 회사와 관련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는 내용도 담겼다. CNN에 따르면 휴대전화·SNS 등 연락 수단은 두절된 상태이고, 바오도 회사에 며칠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차이나 르네상스 사무실. 이 회사는 "바오 판의 실종이 회사 일과 관련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차이나 르네상스 사무실. 이 회사는 "바오 판의 실종이 회사 일과 관련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외신들은 바오가 반부패 수사 당국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9월엔 충 린(叢林) 차이나 르네상스 증권 회장이 당국에 연행됐다”며 “바오의 가족은 그가 수사를 돕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충은 당시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증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증권관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았다. 바오의 실종 소식에 차이나 르네상스의 주가는 한때 50%까지 급락했다가 일부 회복했다.

중국에선 금융계 인사가 돌연 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부패 범죄에 연루돼 조사를 받거나 참고인으로 수사 기관에 협조하는 경우다. 지난 2017년엔 중국계 캐나다 억만장자인 샤오젠화(肖建华) 밍톈(明天) 홀딩스 대표가 종적을 감췄다. 로이터에 따르면, 당시 그는 한 호텔에서 휠체어를 탄 채 끌려가다가 목격됐다. 이로부터 5년 뒤인 지난해 상하이 법원은 그에게 뇌물수수, 불법자금 운용 등의 혐의를 적용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2018년엔 카지노·부동산 업계의 큰손인 양즈후이(仰智慧) 란딩(藍鼎) 국제개발 회장이 캄보디아 프놈펜 공항에서 체포된 뒤 조사를 받고 돌아왔다. 블룸버그는 “법률 시스템이 모호한 중국에서 경영진이 실종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회사로 돌아오기도 하고 감옥에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중국계 캐나다인 샤오젠화 밍톈 홀딩스 대표는 2017년 휠체어에 탄 채 어딘가로 끌려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종적을 감췄다. 그는 지난해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다. AP=연합뉴스

중국계 캐나다인 샤오젠화 밍톈 홀딩스 대표는 2017년 휠체어에 탄 채 어딘가로 끌려가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종적을 감췄다. 그는 지난해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다. AP=연합뉴스

바오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금융인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상하이 출생인 그는 푸단(復旦)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BI 노르웨이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이후 모건 스탠리와 크레디스위스 소속으로 뉴욕·런던·홍콩을 누볐다. 2005년 르네상스 차이나를 설립한 그는 IT 업계에 집중했다. 신생 기업에 초기 투자를 하거나 기업 간 인수·합병을 했고, 이어 기업공개(IPO)와 사모펀드 운용 등으로도 사업 분야를 넓히며 회사 몸집을 불렸다.

그는 어려운 인수·합병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이름을 알렸다. 차량 호출 서비스 회사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나 배달 회사 메이퇀(美團)의 합병 사례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2018년 마윈이 창립한 핀테크 회사 앤트 그룹을 포함해 투자사로부터 3억 4600만 달러(약 4498억 원)를 투자받아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약 486억 위안(약 9조 2000억)을 보유하고 있다. 바오 판은 전체 지분 중 48.81%를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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