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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이탈표 많으면 우리 표라도 줄까" 농담하는 與 계산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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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관련 입장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관련 입장 등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27일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라”며 총공세에 나섰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대표를 향해 “구속 요건인 증거인멸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반드시 본인이 스스로 한 공약을 지켜서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해 5월 지방선거 유세 과정에서 “불체포특권을 제한해야 한다. 이재명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발언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또 주 원내대표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의 개인 비리, 인허가 부정·비리, 토착 비리를 막아주는데 왜 민주당 의원님들이 앞장서 홍위병이 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야권 소장파 인사들의 우려를 일일이 거론하며 “김해영 의원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설훈 의원 같은 분은 대선 경선 당시에 이미 이 대표는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했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계의 ‘이탈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의도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윤석열정권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체포동의안 표결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현재로선 전체 의석(299석) 가운데 169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부결시킬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미 국민의힘(115석), 정의당(6석), 시대전환(1석)이 체포동의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한 상황에서, 민주당 및 친야 성향 무소속 의원(7석) 가운데 28인의 이탈표가 나오면 가결될 수도 있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권성동(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날 당내에서도 온종일 “민주당이 오는 27일 이재명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국민들은 민주당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민주당이 민심의 길로 향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불체포특권 포기의 약속을 지키는 것”(양금희 수석대변인) 등 민주당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 대표의 중앙대 동문이자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의원도 여론전에 가세했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말 자신의 결백을 믿는다면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고 영장 실질 심사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결백은 외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자신이 2018년 ‘강원랜드 채용 부정 청탁’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나는 당당하니까 제대로 된 사법 판단을 받겠다”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고 영장 실질 심사를 받았던 경험을 내세운 것이다. 당시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영장은 기각됐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노웅래) 체포동의안이 재적 299인, 가결 101표, 부결 161표로 부결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1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회의원(노웅래) 체포동의안이 재적 299인, 가결 101표, 부결 161표로 부결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파상 공세에 돌입한 배경에는, 당 지도부 일각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좋고 부결되면 더 좋다”란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앞으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이 몇 차례는 더 국회로 넘어오게 될 텐데, 그때마다 매번 부결되면 민주당에 대해 여론은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며 “우리로선 계속 총공세를 펴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총선 때까지 질질 이어지는 걸 관전하기만 하면 되는 셈”이라고 했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선 “혹여 민주당 내 ‘이탈표’가 많을 것으로 관측되면, 오히려 국민의힘에서 부결표를 보태주는 역선택을 통해 민주당의 ‘사법리스크 단절’을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영남권 초선 의원)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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