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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전장에 중국산 드론 투입…상업용 대거 구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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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러시아가 서방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중국산 상업용 무인항공기(드론)를 사들여 전장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열린 뮌헨안보회의(17~19일)에서 서방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는 등 러시아를 몰아붙이는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중국·이란 등과 밀착해 이를 회피하는 모습이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중국 DJI 테크놀로지의 드론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세계 최대 드론 제조업체 중국 DJI 테크놀로지의 드론을 대거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중국 DJI(다장촹신)의 상업용 소형 드론을 전장에 대거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6년 설립된 DJI는 글로벌 드론 시장을 70% 넘게 점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드론업체다. WSJ는 무역 데이터베이스 업체 임포트지니어스와 싱크탱크 선진국방연구센터(C4ADS)가 제공한 러시아 세관 기록을 분석해 "러시아 유통업체가 아랍에미리트(UAE)를 경유하는 등의 수법으로 DJI 드론을 러시아로 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인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업용 제품이기에 비교적 쉽게 국경을 통과하고 있단 설명이다.

러시아군은 이 드론을 정찰용으로 투입해 포격 목표 등을 확인하고, 드론으로 전장을 촬영해 선전용으로 쓰는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또 "러시아군의 드론 활용을 지켜보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를 자국의 군사력 강화에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운용하는 드론에 기록되는 데이터를 DJI사에서 확보해 중국 정부에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군인이 드론을 날리는 모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사용은 양국에서 모두 늘어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드론을 날리는 모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사용은 양국에서 모두 늘어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보안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전쟁터에서 드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전술·기술·절차(TTP, Tactics·Technique·Procedure) 면에서 모두 파악할 수 있다"며 "드론이 전자전 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DJI는 지난해 4월 전쟁터에서 민간용 드론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공식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러나 자사 제품이 '일반 가전제품'인 만큼 타국에서 구매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로 배송하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러-우크라 전쟁에서 정찰용 등으로 사용되는 소형 드론의 약 60%가 DJI 제품이라는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크라 지원 굳건" 뮌헨안보회의서 서방 결집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뮌헨에서 진행 중인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뮌헨에서 진행 중인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AP=연합뉴스

한편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지난 17일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국제안보회의인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협력에 대한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MSC 개막 연설을 맡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영상으로 무기 지원을 요청하자, 그에 화답하는 서방 지도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를 공급하기로 한 국가들에 약속 이행을 촉구했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할 수 있는 국가를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8일 젤렌스키가 런던을 방문해 재차 전투기 지원을 요청하자 "조종사 훈련 등에 시간이 걸린다"며 곤란하단 뜻을 밝혔지만, 다른 방식으로 최대한 돕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뮌헨에서 진행 중인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뮌헨에서 진행 중인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EPA=연합뉴스

미국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이 MSC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만큼 강력한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단 뜻을 밝히는 한편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을 대놓고 견제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했을 때 발생할 영향을 경고했다"며 중국에 러시아와 밀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보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이 따로 가진 회의에서도 대러시아 제재가 주요 안건으로 올랐는데, 특히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위협을 용납할 수 없다는 데 뜻이 모였다.

1963년 창설된 MSC는 안보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회의에는 40여 개국 정상과 외교·국방장관 100여 명이 참석했으며, 러시아는 1990년대 이후 20년 만에 초청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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