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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배터리' 단 포드 트럭, 화재 전에도 배터리 문제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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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SK온의 NCM9 배터리가 들어간다. 사진 포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SK온의 NCM9 배터리가 들어간다. 사진 포드

SK온 배터리가 들어간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이 최근 배터리 화재에 따른 생산 중단 사태 직전에도 다른 문제로 인해 서비스 조치에 나섰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발생한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에 있을지, 관리 시스템이 포함된 팩에 있을지에도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미국 CNBC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달 27일 이미 팔린 F-150 라이트닝을 대상으로 고전압 배터리 성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부품을 교체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약 100대 규모로 소수로 진행된 이번 조치에 대해 포드 측은 “배터리 모듈 문제 때문에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F-150 라이트닝 100대 소수 부품 교체 

전기차 배터리는 조립 단위에 따라 셀‧모듈‧팩으로 나뉜다. 셀을 외부 충격과 열‧진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프레임에 넣은 것이 모듈, 이 모듈들을 묶어 각종 제어·보호 시스템을 장착한 것이 팩이다. SK온은 지난해 7월 F-150 라이트닝에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내용을 홍보할 당시에 ‘셀’이 사용된다는 표현을 쓴 바 있다. 반면 포드는 2021년 SK온과 업무협약(MOU)을 맺을 당시 자료에 ‘모듈’을 공급 받는다고 표기했다.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거나 제어하는 시스템(BMS)은 주로 팩에 달려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는 완성차 업체 요구에 따라 셀만 공급하기도 하고, BMS까지 만들어 팩 전체를 납품하기도 한다. 전기차나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이 났을 때 원인이 셀인지 팩인지에 따라 보상 주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 조사나 법정에서 장기간 논란이 된다. 2017년부터 판매된 현대차의 코나EV는 2021년에야 리콜 결정이 내려졌는데 화재 원인이 셀에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 국내 정부와 배터리 업체 간 의견이 막판까지 분분했다.

2022년 7월 SK온이 NCM9가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돼 있는 모습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셀이 사용된다는 표현이 있다. 사진 SK온

2022년 7월 SK온이 NCM9가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돼 있는 모습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다. 셀이 사용된다는 표현이 있다. 사진 SK온

포드는 이번 불량 원인을 배터리 모듈로 지목하면서도 “최근 화재 사건과는 무관하다”며 “이미 조치가 완료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문제가 발생한 차량은 계기판에 경고등이 켜진 뒤 제한 성능 모드로 바뀌어 속도가 느려지거나, 심한 경우 아예 멈춰버렸다. 마티 건스버그 포드 대변인은 “이번 조치는 안전 리콜이 아니라 해당 차량을 소유한 고객들이 배터리 성능 저하를 겪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선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지난 4일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 외부의 출고 대기장에서 보관 중이던 F-150 라이트닝 배터리에서 불이 나자 차종 생산과 출고를 중단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를 공급하던 SK온 조지아 공장도 일부 중단됐다. 현재 F-150 라이트닝은 전량 SK온 조지아1공장에서 생산한 NCM9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전기차 화재 원인 셀인지 팩인지 의견 분분   

SK온은 배터리 모듈 형태로 포드에 납품하며, 이후 팩으로 패키징(포장)하는 작업은 포드가 진행한다. SK온은 미국 법인을 통해 총 26억 달러(약 3조3300억원)를 투자해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9.8기가와트시(GWh) 생산 능력을 갖춘 1공장은 2019년 착공 후 지난해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F-150 라이트닝 화재 원인이 셀에서 시작된 것인지 아니면 팩 단위에서 나온 것인지 결론은 단기간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문제가 있더라도 배터리 화재 원인을 셀 단위까지 금세 밝혀내기가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포드가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과도 손을 잡는다고 하니 국내 업체 입장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포드는 최근 CATL과 협력해 미국에서 공장을 짓고 가격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1년 5월 포드가 SK이노베이션(현 SK온)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합작회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한다고 발표할 당시 공개한 배터리 셀 사진. 포드는 셀과 함께 모듈을 공급받는다고 소개했다. 사진 포드

2021년 5월 포드가 SK이노베이션(현 SK온)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합작회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한다고 발표할 당시 공개한 배터리 셀 사진. 포드는 셀과 함께 모듈을 공급받는다고 소개했다. 사진 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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