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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으로 13일 버텼다" 기적 생존…전문가 "마시지 말라"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8일까지 4만6000명 이상으로 집계된 가운데 13일째 이어진 구조 작업을 통해 40대 부부가 동반 구출되는 등 기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시간 만에 귀환한 이들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소변을 마시고 버티는 등 생존 의지를 과시했다.

19일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전날 하타이주(州) 안타키아시(市) 건물 붕괴 현장에서 40대 부부가 강진 발생 296시간(12일 8시간) 만에 구조됐다. 병원에 입원한 남편 사미르 모하메드 아자르(49)는 “약 13일 동안 살아남기 위해 내 소변을 마셨다”고 했다.

앞서 지난 15일 카라만마라슈주에선 바키 예니나르(21)와 무하메드 에네스 예니나르(17) 형제가 약 200시간 만에 구조됐는데, 단백질 분말과 소변을 먹으며 버텼다고 했다.

 튀르키예 지진 발생 187시간 만에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후세인 베르베르(왼쪽)까 지난 15일 메르신시 병원에서 입원한채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당뇨병이 있는 그는 자신의 소변을 먹고 버텼다. 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지진 발생 187시간 만에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후세인 베르베르(왼쪽)까 지난 15일 메르신시 병원에서 입원한채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당뇨병이 있는 그는 자신의 소변을 먹고 버텼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3일 안타키아시에서 187시간 만에 구조된 당뇨병 환자 후세인 베르베르(62)도 소변을 먹고 생존했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 물 한 병과 당뇨약과 함께 잔해에 묻혀 얼마 정도 버텼고, 물이 다 떨어진 후엔 “내 소변을 빈 물병에 넣고 시원해지면 마셨다”고 했다.

지난 10일 가지안테프시 건물 잔해에서 94시간 만에 구조된 10대 소년 아드난 무하마드 코르쿠트(17)도 “내 소변을 마시고 구조대를 기다렸다”고 했다. 코르쿠트는 배가 고파 엄마가 키웠던 꽃도 먹었다고 밝혔다.

이 같이 이번 참사에서 소변을 먹고 생존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리고 있지만, 소변이 생존에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경없는 의사회의 모하나 아마르타라자흐 박사는 “분명 소변을 마시고 살았다는 사례가 있지만, 소변을 마시는 것을 권장하진 않는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탈수 상태가 점점 심해지고, 소변의 수분 함량도 내려가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모리스 워싱턴대학교(UW) 응급의학과 교수도 “소변·바닷물·술 등을 마시는 것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것보다 더 빨리 탈수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사람들은 너무 목이 마르면 어떤 액체라도 마시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생존의 관점에선 적절하진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발생한 튀르키예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던 60대 남성 지야 소너 투르테킨이 지진 발생 56시간 만에 구조되고 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면서 버텼고 담배를 물고 나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난 6일 발생한 튀르키예 강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갇혀 있던 60대 남성 지야 소너 투르테킨이 지진 발생 56시간 만에 구조되고 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면서 버텼고 담배를 물고 나왔다. 사진 트위터 캡처

담배를 피워 살아남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19일 튀르키예 국영방송 TRT 하베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디야만주에서 56시간 만에 구조된 지야 소너 투르테킨(60)은 “잔해 속에서 가지고 있던 담배를 피워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했다.

구조될 때도 담배를 물고 있던 그는 신속한 구조를 위해 담배를 버리라는 구조대의 권유에도 “담배 덕분에 살았기 때문에 버릴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가 담배를 물고 구조되는 모습의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에서 7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앞서 56시간 만에 카라만마라슈주에서 구조됐던 18개월 여자 아기와 90시간 만에 하타이주에서 구조된 10일 된 남자 아기 등은 엄마의 모유수유로 살아남았다. 수분을 제대로 섭취 못했을 엄마가 수유로 아기를 살려낸 것을 두고 현지 언론에선 기적이라고 전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구조된 사람들 대부분이 물이나 음식 등을 소량이라도 섭취해서 생존하고 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골든타임(72시간)은 지났지만, 부상 정도와 평소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앞으로도 잔해 속에서 계속 생존자가 발견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한편 18일 로이터에 따르면 많은 외국 구조팀이 귀국한 가운데 튀르키예 구조대를 중심으로 수색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19일 밤에 대부분 마무리될 예정이다. 튀르키예 당국은 앞으로 이재민의 구호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파렌틴 코카 튀르키예 보건부 장관은 “이제 우선순위는 공중 보건을 위협할 수 있는 환경과 싸우고 전염병을 예방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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