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주권 위협""히스테리"…미·중 외교수장 각자 할말만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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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풍선 사태 이후 미ㆍ중 외교수장이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처음 만났지만 첨예한 입장차만 드러낸 채 헤어졌다. 다만 이번 회동이 성사된 만큼 양국이 갈등 악화를 차단하고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제스처를 내보였다는 풀이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뮌헨안보회의(17~19일) 참석을 계기로 이날 만나 1시간 정도 대화했다. 이번 회동에선 중국발 정찰풍선 사태로 촉발된 양국 간 긴장이 핵심적으로 논의됐다.

정찰풍선 사태로 미·중 간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격 회동했다. 사진은 2021년 10월 31일 이탈리아 로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장에서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당시 외교부장)이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정찰풍선 사태로 미·중 간 갈등이 증폭된 가운데 1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전격 회동했다. 사진은 2021년 10월 31일 이탈리아 로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장에서 블링컨 장관과 왕 위원(당시 외교부장)이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신화=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회동 이후 성명을 통해 “(블링컨 장관이) 중국 고고도 정찰풍선의 미 영공 내 비행은 미국의 주권을 위협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직접 말했다”며 “이런 무책임한 행위가 재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5개 대륙의 40여 개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의 정찰풍선 계획을 알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중국 측은 미국의 정찰풍선 격추가 “무력남용”이라며 반발하며 맞대응했다. 19일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왕 위원은 회동에서 “이른바 무인비행정(정찰풍선) 사건은 미국이 만든 한판의 정치 소란”이라며 “상상하지 못할, 히스테리에 가까운 100% 무력남용이자 관례와 관련 국제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구 상공에 매일 수많은 풍선이 떠 있는데 미국은 다 떨어뜨리려 하느냐”며 “미ㆍ중 관계에 조성한 손해를 직시하고 해결하라”고 다그쳤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 놓고도 대립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국의 러시아 지원 문제를 놓고도 양국은 대립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이)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체계적인 제재 회피를 지원했을 때 발생할 영향과 결과를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왕 위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이 행한 모든 일은 평화와 대화 촉구로 귀결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평화회담의 성공을 희망하지 않고 전쟁 중단을 원하지 않는 어떤 세력이 있어 보인다”며 사실상 미국이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공격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회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120mm 박격포를 우크라이나군 진영에 발사하는 모습. 사진 러시아 국방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회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120mm 박격포를 우크라이나군 진영에 발사하는 모습. 사진 러시아 국방부

이같은 회동 분위기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회동 전까지만 해도 중국 측은 낙관적인 모습이었지만, 실제 회동은 이런 기대와 차이가 있었다”며 “앞으로 양국이 이같은 분위기를 어떻게 개선할지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번 회동 성사까지 양측이 수일간 협의했다”며 “하지만 막상 회동에선 블링컨 장관이 왕 위원에게 정찰풍선 사태 직후 미ㆍ중 국방장관 전화 통화를 중국이 거절한 것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등 분위기가 냉랭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블링컨 장관은 회동 이후 NBC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왕 위원이 정찰풍선 비행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정찰풍선 사태 더 키우긴 힘들어"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달 1일 미국 영공 내에서 정찰풍선이 발견되자 이달 5~6일 예정돼 있던 베이징 방문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2018년 10월 이후 4년 4개월만인 데다, 지난해 11월 미ㆍ중 정상회담의 후속 협의 차원인 만큼 양국의 기대가 큰 상황이었다.

다만 이번 회동으로 물꼬를 튼 미ㆍ중 간 대화 재개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미ㆍ중이 입장 차이는 분명해도 정찰풍선 문제를 더는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만남도 사태를 더 키우지 않고 블링컨의 방중 기회를 만들어 안정적인 상황으로 이끌기 위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은 F-22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공대공 미사일(AIM-9X)로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은 F-22 스텔스 전투기를 동원해 공대공 미사일(AIM-9X)로 미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 상공에서 중국 정찰풍선을 격추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왕 위원이 이번 회동에서 “(미국의) 냉전적 사고가 돌아왔다”고 반발한 것에 대해 블링컨 장관이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고 ‘신냉전’을 향해 가고 있지도 않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언을 재차 언급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미 의원단 대만 방문도 불씨 

다만 미국 내부의 반중 정서가 더 강해진 상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 행보를 보이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대만 문제는 언제든 양국 간 갈등을 키울 수 있는 불씨다.

당장 뮌헨 회동 이튿날인 19일 미 하원의원 4명(민주당 3명, 공화당 1명) 등 미 의회 대표단이 닷새간 일정으로 대만을 방문하면서 중국이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훈련에 돌입하는 등 또 다른 긴장이 감돌고 있다. 대만 외교부에 따르면 미 의원들은 방문 기간 대만 입법원(국회)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 본사를 찾아 양국 간 안보ㆍ경제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만 외교부는 19일 미국 하원의원 4명이 미 의회 대표단으로 타이베이에 도착했다고 밝히며 이 사진을 공개햇다. 사진 속 오른쪽 3명이 이번 대표단에 속한 의원들이다. 사진 대만 외교부

대만 외교부는 19일 미국 하원의원 4명이 미 의회 대표단으로 타이베이에 도착했다고 밝히며 이 사진을 공개햇다. 사진 속 오른쪽 3명이 이번 대표단에 속한 의원들이다. 사진 대만 외교부

여기에 대중국 강경파인 케빈 매카시 신임 미 하원의장(공화당)이 오는 4월 대만을 방문할 경우 중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 드론 침투 사태와 유사하게 정찰풍선 문제가 중국의 위협을 넘어서 미국 내부에서 정치 쟁점화된 측면이 있다”며 “정찰풍선 자체만 놓고 보면 군사전략적으로 큰 의미가 없는 데도, 블링컨 장관이 방중을 취소하는 등 대화 의지가 있어도 실제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11월 미 대선이 있는 만큼 미ㆍ중이 올해 안에 관계 개선을 위한 최소 수준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상황 개선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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