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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손은 지금 ‘이정후 쟁탈전’…美 스카우트들 바쁘다 바빠

중앙일보

입력

이정후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정후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뉴스1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국가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 이곳에는 매일 같이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날카롭게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이들이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다.

미국 전역에서 모인 이들은 대표팀이 소집된 15일(한국시간)부터 얼굴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홀로 자리를 지켰지만, 이튿날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연습경기에선 무려 9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관중석 한 쪽을 차지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비롯해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텍사스 레인저스 등에서 파견한 실무진이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국내 취재진과의 접촉은 꺼렸다. 그러나 현장 답사 목적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바로 이정후(25·키움 히어로즈) 관찰이다.

지난해 타격 5관왕과 MVP를 차지한 이정후는 KBO리그 최고의 스타다. 실력은 물론 인성과 스타성 모두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다. 2017년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아버지 이종범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지만, 오로지 자신의 노력만으로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다음 관심사는 향후 거취다. 이정후는 이미 지난해 12월 미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의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운영하는 보라스코퍼레이션과도 손을 잡았다.

이정후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이정후가 1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훈련을 마친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고봉준 기자

이정후의 도전장을 받은 메이저리그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아직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어리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은 점을 고려해 성장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이정후를 향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은 기대 이상이다.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최근 이정후의 이름이 들어간 기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다른 현지 매체에서도 이정후 관련 보도가 크게 늘었다. 눈으로 보이는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바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집요한 관찰이다. 이들은 키움의 미국 스프링캠프를 시작으로 대표팀의 소집훈련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이정후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관계자는 매일 같이 출석 도장을 찍으면서 큰 관심을 드러내는 중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뜨거운 주목을 받는 당사자의 속내는 어떨까. 이정후는 19일 타격과 수비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스카우트들이) 크게 의식은 되지 않는다”면서 “나와 관련된 평가가 끝났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지금은 내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서 보러온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고우석이나 정우영, 강백호, 김혜성처럼 미국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선수들이 관찰대상이지 않을까 한다”며 동료들의 이름을 대신 꺼냈다.

이정후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NC와의 연습경기 도중 마운드를 쳐다보고 있다. 오른쪽 관중석을 차지한 이들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연합뉴스

이정후가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NC와의 연습경기 도중 마운드를 쳐다보고 있다. 오른쪽 관중석을 차지한 이들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연합뉴스

주변 시선은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지만, 올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역시 타격폼 수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간결한 동작을 연마 중이다.

이정후는 “아직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바뀐 틀 안에서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동작을 찾는 중이다”고 현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선 라이브 배팅을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 아직 연습경기가 더 남은 만큼 타이밍을 맞춰보면서 나에게 맞는 타격폼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정후는 이번 WBC가 자신의 쇼케이스가 되리라는 이야기에는 손을 저었다. 개인 성적보다는 대표팀의 4강 진출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포부를 대신 밝혔다.

이정후는 “일단 (4강이 열리는) 미국으로 다시 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이를 위해선 호주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 다음 경기 상대가 일본인 점을 감안할 때 꼭 이겨야 한다”면서 “모든 국가대표 경기는 같은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이번 대회는 더 특별하다. 우리 또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계속 국제대회가 열릴 텐데 선배들이 빠지게 되면 앞으로는 우리가 해야 한다. 이번 대회부터 잘했으면 좋겠다”고 국가대표 주축 타자다운 책임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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