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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도 갈 때마다 기운 얻는다…MB∙朴∙文 모두 사랑했던 그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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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충북 청주 육거리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시장에 와보면 제가 왜 대통령이 되었는지 가슴으로 느끼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주 육거리 종합시장을 방문해 밝힌 소감이다. 윤 대통령은 “선거 때도 전통시장에서 상인들을 찾아뵈면 늘 힘이 났다”며 “이렇게 열심히 사시고, 고생하시는데, 제가 더 열심히 해야 되지 않겠나, 죽도록 일하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방문은 윤 대통령이 가장 선호하는 현장 일정 중 하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장에선 보고서에 담기지 않은 민심을 느끼고, 국민으로부터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며 “민생을 체감하며 상인의 응원도 받을 수 있어서 윤 대통령이 힘을 얻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중요 국면마다 시장을 찾은 경험이 있다. 지난해 3월 대통령 당선 뒤 첫 현장 일정으로 남대문 시장을 찾았고, 여기서 상인들과 꼬리곰탕 오찬을 함께했다. 격의 없이 곰탕을 함께 즐기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비쳤다. 같은 해 8월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에 머물 땐 ‘보수의 성지’라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고 몰려든 상인들로부터 박수와 환호를 받은 윤 대통령은 “여러분으로부터 기를 받아 가야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역대 대통령에게 전통 시장 방문은 일종의 필수 코스였다. 민생을 챙기면서도 국민과 스킨십을 늘리기에 시장만큼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 방문은 정책 전환의 변곡점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12월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가락시장 방문이다.

2008년 12월 4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새벽 서울 가락동시장을 방문했다. 무와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가 이명박 대통령의 팔에 매달려 계속 울기만 하자 눈시울이 붉어진 이명박 대통령이 할머니를 안고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08년 12월 4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새벽 서울 가락동시장을 방문했다. 무와 시래기를 파는 박부자 할머니가 이명박 대통령의 팔에 매달려 계속 울기만 하자 눈시울이 붉어진 이명박 대통령이 할머니를 안고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경기 침체가 심화하던 당시 MB는 새벽 5시 30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좌판에서 무시래기를 팔던 박부자 할머니는 MB의 팔을 잡고 “하루에 2만원, 많이 팔면 3만원 정도 판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MB는 그 자리에서 목도리를 벗어 할머니 목에 걸었고, 얼마 뒤 박 할머니를 청와대에 초청하기도 했다. MB는 이듬해 ‘친서민 중도실용’을 내세우며 정책 전환을 시도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박부자 할머니’를 언급하며 국회에 협력을 요청했다. MB는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들’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로 ‘가락동 박부자 할머니’를 꼽기도 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린 박근혜 전 대통령도 전통 시장을 자주 찾곤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핵심 국정과제였던 경제활성화법을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전통 시장을 활용했다. 그해 2월 인천 정서진 시장을 찾아 “경제활성화 법안, 그것만 통과돼도 경기도 살고 전통 시장 상인분들도 많이 웃으실 텐데 안타까워요”라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를 향해 법안 처리를 압박한 것이다. 국정농단 의혹이 터졌던 2016년 12월엔 화재로 피해를 본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2016년 2월 인천시 서구정서진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자리에서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2016년 2월 인천시 서구정서진중앙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자리에서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손님이 발길을 끊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전통 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격려했다. 당시 충남 아산 온양온천 전통시장을 찾은 문 전 대통령에게 한 상인이 “너무 경기가 좋지 않다. 거지 같다”고 말한 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으로부터 반발을 사는 일도 있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전통 시장은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이 고통을 겪을 때마다 역대 대통령이 자주 찾던 곳이었다”며 “대통령의 시장 방문은 그 시대의 경제 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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