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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때리고 택시 빼앗아 도로 위 질주…공포의 만취 승객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1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40대 남성이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탑승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차를 빼앗아 달아났다. 해당 남성이 운전석으로 손을 뻗는 모습. 사진 MBC 캡처

지난달 21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40대 남성이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탑승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차를 빼앗아 달아났다. 해당 남성이 운전석으로 손을 뻗는 모습. 사진 MBC 캡처

최근 만취한 승객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택시를 빼앗아 도로 위를 질주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에 택시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격벽 설치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40대 남성 A씨가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탑승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A씨에게 신용카드를 받아든 기사가 요금을 결제한 뒤 A씨에게 카드를 건넸는데, A씨는 갑자기 기사의 턱 등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기사가 폭행을 피하려 택시에서 내리자 A씨는 운전석에 앉더니 뒷문이 열린 상태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어 택시 안에 있는 집기를 부순 뒤, 차에서 내려 달아났다. 택시 기사 B씨의 진술에 따르면 A씨는 택시의 카드 결제기와 공기청정기 등을 뜯어서 버리고 B씨 가방도 버렸다.

A씨는 택시기사를 폭행한 지점에서부터 약 300m를 직접 운전해 달려 한 동물병원 앞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A씨의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기사 B씨는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난 지금도 택시를 몰기가 두렵다는 생각이 들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경찰은 A씨를 운전자 폭행과 기물파손, 음주운전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지난 16일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탄 50대 승객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차를 빼앗아 달리다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때문에 가로등 하단이 부러진 채 쓰러지고 있다. 사진 MBN 캡처

지난 16일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탄 50대 승객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차를 빼앗아 달리다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때문에 가로등 하단이 부러진 채 쓰러지고 있다. 사진 MBN 캡처

비슷한 사건은 최근에 또 일어났다. 50대 남성이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탑승했다가 기사를 폭행한 뒤, 택시를 빼앗아 차를 몰고 달리다 가로등을 들이받고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지난 17일 KBS, MBN 보도에 따르면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탄 50대 승객 C씨가 16일 오후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차를 빼앗아 달리다 가로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당시 C씨는 택시에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에게 “제대로 가고 있는 거 맞냐”, “나 무시하냐”고 하면서 행패를 부렸다. 탑승 10분쯤 지난 시점엔 택시기사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 D씨는 “터널 안이었기 때문에 멈추면 큰일 난다고 생각해서 한 손으로 손님을 막아가면서 운전대를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가까스로 터널을 빠져나온 기사는 갓길에 차를 세운 뒤,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차에서 내렸다. 이때 C씨가 만취한 채로 운전대를 잡더니 택시를 몰고 달아났다.

C씨는 8km나 떨어진 서초구 반포동까지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인도로 돌진한 뒤 가로등을 차로 쳤다. 이로 인해 가로등이 심하게 파손됐다.

조사 결과 C씨 역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현장에서 C씨를 체포한 경찰은 그를 차량 절도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 등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이처럼 택시기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운전석을 보호하는 격벽 설치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9년, 서울시는 2024년까지 모든 서울 택시에 격벽을 설치하도록 비용 지원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MBN에 따르면 현재까지 격벽 보급 지원이 이뤄진 건 729대로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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