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MZ세대는 전자목탁 두드린다… ‘칭지에야(輕解壓)’ 시장 톺아보기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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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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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모징시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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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SNS에서 ‘칭지에야(輕解壓)’가 유행이다. 칭지에야를 직역하면 ‘가볍게 스트레스 풀기’로, ‘가벼운 힐링’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유명한 샤오훙수가 발표한 ‘2023 샤오훙수 올해의 생활 트렌드(2023小紅書年度生活趨勢)’에 트렌드 키워드로 꼽히기도 했다.

샤오훙수에 칭지에야를 검색하면 수많은 게시물을 볼 수 있다. 올해 샤오훙수에서 칭지에야 관련 게시글은 전년 대비 303%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칭지에야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요즘 중국 MZ세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사진 바이두

사진 바이두

콜라, 스파클링 워터, 버블티부터 과일, 풍선껌까지 이색재료를 넣고 얼린 얼음을 틀에서 빼내는 영상이 유행이다. 꽃 모양, 곰돌이 모양 등 화려한 모양에 투명한 색감이 더해진 얼음이 청량한 소리를 내며 그릇으로 떨어진다. 가장 유행하는 칭지에야 영상 중 하나로, ‘몰입형 얼음 빼기(沉浸式製冰拆冰)‘라고 부른다. 영상을 멍하니 보다 보면 잡생각은 사라지고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사진 비리비리

사진 비리비리

직장에서 목탁을 두드리는 영상도 인기다. 물론 진짜 목탁을 두드리지는 않는다. 지난해 10월 중국 앱스토어 무료앱 부문 2위를 차지한 ‘전자 목탁(電子木魚)’ 이야기다. 앱에 접속해서 화면에 있는 목탁을 터치하면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젊은 세대 직장인들에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동료와 마찰이 생겼을 때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다며 인기를 끌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에서는 수만 회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전자 목탁 영상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리, 청소하는 영상을 보는 것도 유행이다. 영상 속 깔끔하게 수납되는 서랍장을 보면 마치 내 집도 깨끗하게 정리되는 듯한 개운한 기분이 든다. 일명 ‘랜선정리’다. 비록 나는 누워있지만,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감이 드는 것이다.

中 MZ세대가 ‘소확행’ 찾는 이유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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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하락과 코로나19의 영향은 젊은 세대의 전반적인 환경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여기에 개인 간의 경쟁까지 더욱 치열해지면서 중국의 젊은 세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외적으로 끝없는 압박에 시달리는 이들은 일상 속 해방을 원하게 됐다. 그래서 이들이 택한 것이 바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운동, 독서 등 목적 지향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은 그 자체가 또 다른 압박과 스트레스로 발전하기 쉽다. 이에 중국 MZ세대는 얼음 빼기, 전자 목탁 두드리기, 몰입식 수납 등 부담 없는 영상을 시청한다. 해당 영상들은 청각, 시각, 후각, 촉감 등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일상에 작은 오락요소를 더하고, 쾌감, 이완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주는 특징이 있다.

중국 소비 시장에서 개인의 감정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개인의 감정이 곧 대중의 감정, 즉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MZ세대의 감각을 자극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트레스 해소 산업 네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누르면 기분이 좋거든요”, 中 스트레스 해소 완구 시장 급성장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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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징시장정보(魔鏡市場情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티몰에서 '스트레스 해소' 키워드가 포함된 완구 시장의 규모는 약 3억 8600만 위안(한화 약 715억 7598만 원)으로 전년 대비 20.9% 증가했다. 특히 촉감 놀이를 위한 스펀지형 인형 ‘스퀴시’ 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퀴시 인형은 쫀쫀하고 말랑말랑한 촉감이 특징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 제한에 사람과의 접촉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스퀴시 인형은 촉감을 만족하게 하며 아이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를 원하는 어른들에게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중국 내에서는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브랜드가 적고, 제품 동질화 현상 역시 심하다.

스트레스 해소 완구의 인기는 중국 소비 시장에서 ‘칭지에야’에 대한 수요 상승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후각으로 힐링… 中 향기 시장 뜬다

최근 몇 년 동안 향기 시장은 중국에서 감정소비를 이끄는 대표적인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 MZ세대에게 향기는 후각 자극을 넘어 정서적 치유를 이끄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기분 좋은 향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향수부터 스킨케어 제품, 목욕용품, 향초에 이르기까지 향기를 주력으로 삼는 제품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모징시장정보에 따르면, 2022년 타오바오·티몰 플랫폼의 미용 및 목욕 관련 카테고리에 ‘향기’ 키워드가 포함된 제품의 매출은 26억 8500만 위안(한화 약 4978억 7955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했다. 점점 더 많은 브랜드가 소비자의 감정적 니즈를 만족하기 위해 힐링의 관점에서 제품 향기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모징시장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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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클렌징'을 앞세운 신예 스킨케어 브랜드 칠모어(chillmore)는 힐링을 강조하는 브랜드 이미지와 독특한 향기를 담은 제품으로 중국 젊은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타오바오·티몰의 618 이벤트 기간 칠모어는 바디워시, 보디로션, 핸드크림 등 11개의 제품을 예약판매하여, 예약판매 기간 36만 위안(한화 약 6684만 4800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향과 힐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아로마 테라피가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두터아이린(独特艾琳)’은 지난해 아로마를 활용한 핸드크림, 메이크업 클렌징 제품 등을 출시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화장과 함께 번뇌도 지워준다(卸下妝容,亦卸紛擾)’는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온라인에서 주로 소비하는 MZ세대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제품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온라인에서 감지할 수 없는 후각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지가 중국의 향기 시장에 남겨진 과제이자 성공의 핵심 요소다.

이 밖에도 제품 개발 과정에서 제품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동시에 다양한 유형의 스트레스를 파악하고, 소비자들이 소비를 통해 얻고자 하는 다양한 유형의 감정을 세분화해 제품의 방향성을 정립하는 등 차별화 전략 역시 필요하다.

②편에서 이어집니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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