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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수출 부진에 환율 요동, 정부 ‘경기 둔화’ 공식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7호 03면

짙어지는 경제 먹구름

환율이 다시 요동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7일 외환시장에서 1293.9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00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20일 이후 2개월 만이다.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전일 대비 14.7원 오른 1299.5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 1300원은 경제 위기의 바로미터다. 지난해 이전에 1300원을 넘어선 것은 1997년 외환위기,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그리고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뿐이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에서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을 맞았다고 공식 진단했다. 기재부는 “고물가 속에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6월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로 진단한 이후 12월까지 비슷한 평가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그린북에서 ‘경기 둔화 우려 확대’로 강도를 높인 데 이어, 다시 한 달 만인 이달 ‘경기 둔화’로 진단한 것이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미국 등의 통화 긴축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우려 등 하방 리스크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난해 4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4% 감소해 2020년 2분기(-3%) 이후 10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수출 부진이 뼈아프다. 지난달 수출액은 462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6.6% 줄면서 4개월째 감소세다. 지난달 무역 적자도 126억5000만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였다. 수출 부진 여파로 지난해 12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이달 1∼10일 수출 지표를 일평균 기준으로 환산하면 14.5% 줄어 두 자릿수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수출은 조업 일수를 감안하면 절반 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침체로 지난해 12월 서비스업 생산도 0.2% 줄어 4개월째 감소세였다. 이에 지난해 12월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지수·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보다 1.6% 하락했다. 2020년 4월(-1.8%) 이후 32개월 만에 최고 하락 폭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으로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16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 전월 대비 0.7% 올라 지난해 6월 이후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다. 금리를 올려서 잡아야 하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기대만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연준(Fed) 내 ‘매파’ 인사들은 다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블라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회의 때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며 “금리를 가능한 한 빨리 5.375%까지 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4.5∼4.75%인 미국 기준금리를 5.25∼5.5%까지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금리 인상 가속화가 소비 심리 악화와 내수 침체, 기업 심리 악화와 수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가 다각도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수출과 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하면서 대내외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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