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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 ‘K-카드’ 바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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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호 14면

동남아시아에선 최근 ‘K-카드’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면서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더는 미래 먹거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에 진출해 있는 KB국민카드는 지난달 캄보디아 리스사 ‘아이파이낸스리싱(IFL)’을 인수했다. 기존 할부금융업 위주에서 리스사업으로 확장할 전략이다. 우리카드도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의 할부금융사를 인수했고, 지난해 말 미얀마 법인은 소액 대출업에서 할부금융업까지 사업 범위를 넓혔다. 최다 해외법인을 보유한 신한카드 역시 지난해 ‘베트남 쿠팡’이라 불리는 이커머스기업 ‘티키(Tiki)’에 지분투자를 하고, 금융솔루션을 선보였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카드사가 해외 진출 카드를 꺼내든 건 국내에서 ‘성장’의 한계가 뚜렷해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지급결제 부분에선 핀테크기업 등 비금융회사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카드사는 현재 점유시장 마저 공격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 금리 상승, 비용 증가로 국내 영업만으론 버거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게다가 현 가맹점 수수료로는 수익 창출이 어렵고, 국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 사업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OO페이’라 불리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빅테크 기업의 덩치가 커진 탓도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시장 이용액 7232억원 중 절반 정도인 50.4%(3641억원)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이 차지했다. 반면, 카드사 등 금융회사 비중은 26.1%(1887억원)에 불과했다. 카드사들이 한 카드사 앱에 타사 카드도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오픈페이’를 대응책으로 내놨지만, 최근 애플페이까지 가세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고민은 더 커졌다. 서지용 한국카드학회 회장(상명대 경영학부 교수)은 “간편결제가 모바일에 연동하는 결제방식이다보니 카드사 입장에선 제휴사를 찾아야 하는 부담과 수익 배분이 고민일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제휴사 쪽의 유사 금융업으로 이탈하는 건 아닌지 우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으러 몰린 곳은 동남아시아, 그중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다. 이들 국가는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8%대 고성장세를 보일 뿐 아니라 중국의 대체 생산기지로서 역할이 기대된다. 반면 경제 급성장세를 뒷받침해줄 금융 인프라는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해외진출에 본격 착수한 카드사의 성장 돌파구는 ‘수익 다각화’에 있다고 강조한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사들도 이미 동남아시아, 일본 등 해외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 학회장은 “국내 카드사간 경쟁이 심화될 동남아시아 외에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나 신흥국가 위주로 발굴하는 게 필요하다”며 “오픈페이를 적극 살려 간편결제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카드사의 강점인 데이터 사업에 지금부터 주력하는 것이 주요 성장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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