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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상륙 초읽기…“파급력 클 것” vs “찻잔 속 태풍”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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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호 14면

카드 간편결제 시장 요동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 중인 식당의 키오스크에 관련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애플페이 도입을 준비 중인 식당의 키오스크에 관련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애플 아이폰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가 이르면 다음 달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애플페이는 글로벌 이용자 수가 2020년 기준 2억3000만명으로 ‘삼성페이’ ‘구글페이’(각 1억 명, 이상 주니퍼리서치 추정치)를 넘어서는 1위 간편결제 서비스다. 그럼에도 그간 한국에선 서비스를 하지 않아 아이폰 이용자 사이에서 “언제 국내에 도입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아이폰을 쓰는 신지아(28)씨는 “뚱뚱한 지갑 안에 신용·체크카드를 잔뜩 넣어 갖고 다녀야 해서 항상 불편했다”며 “삼성페이 하나 때문에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지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국내 간편결제 시장 분위기가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바뀌는 한편, 카드 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등 관련 법령과 그간의 법령 해석 등을 고려한 결과, 카드 업체들이 필요한 관련 절차를 준수해 애플페이 서비스 도입을 추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10월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이 수년간 지지부진했던 이유는 시스템 특징과 국내 현실 간의 괴리, 이로 인해 금융당국이 관련 심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때문인데 이 문제가 해소된 것이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는 삼성페이 등과 달리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만 써서 국내 도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NFC는 10m 이내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근거리 통신 기술이다. 이 NFC를 통해 결제가 되는 단말기는 영업 매장에서 돈을 내고 추가로 설치해야만 한다. NFC 단말기는 편의점이나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엔 설치돼 있지만, 다수 영업장은 설치하지 않아 현재 국내 전체 카드 가맹점 보급률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결제를 위한 추가 장비가 필요 없이 기존 마그네틱 카드 단말기만 있으면 되는 삼성페이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각광받은 반면, 애플페이는 도입조차 안 됐던 이유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애플 측도 2015년부터 국내 카드 업체들과 협상했지만 NFC 단말기 설치 문제와 카드 수수료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번에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사실상 승인하고, 카드 업체 중에 애플 측과 협상을 마친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 제공 우선권을 갖고 출시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이폰을 보유한 현대카드 회원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NFC 단말기를 보유한 영업장에서 애플페이를 쓸 수 있게 됐다. 다른 카드 업체 몇 곳도 애플 측과 협의해 애플페이 도입에 동참할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여곡절 끝에 국내 도입이 결정됐지만, 애플페이는 이제껏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기에 일각에선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존재한다. 애플페이는 국내 결제 정보를 해외 결제망에서 승인하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국내 결제 정보를 해외 망으로 이전하는 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소비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현대카드 측의 약관에 반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전법 위반 소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여전법은 ‘카드 사업자 등이 거래 유도를 위해 가맹점에 부당하게 보상금 등을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서비스의 흥행 성공을 위해 애플 측에 ‘NFC 단말기를 시중에 무상 보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이를 다각도로 검토한 끝에 리베이트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카드 업체들이 수수료 등의 비용을 결국 고객이나 가맹점에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금융위는 기업들이 법령을 준수해 이런 일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다수의 아이폰 유저들은 애플페이의 국내 도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도 긍정적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의 간편결제 서비스 선택권 확대, (삼성페이 등과의) 시장 경쟁을 통한 편익 증대 효과가 있다”며 “충성 고객이 많은 아이폰 기반의 서비스인 만큼 파급력도 점차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지용 한국카드학회 회장(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영업장들이 NFC 단말기 도입이 이득이라고 보고 각종 비용을 스스로 내면서 애플페이가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에서 인기를 모을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을 향한 혜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에선 삼성페이가 2015년 출시 이후 7년 만에 누적 결제액 182조원을 기록하는 등, 간편결제 시장이 포화 상태라 애플페이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덜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현대카드를 새로 만들면서까지 애플페이를 쓰려는 사람이나, 애플페이를 쓰기 위해 스마트폰을 바꾸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교통카드 기능 탑재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애플 측이 국내 교통카드 사업자인 ‘티머니’ ‘캐시비’ 등과 따로 계약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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