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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개발사·소비자 모두 웃는 앱 생태계 만들어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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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7호 15면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장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 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영세 개발사와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을 갖고 실천하는 점을 국내 기업들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 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영세 개발사와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을 갖고 실천하는 점을 국내 기업들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게임·웹툰·동영상 등의 유료 콘텐트가 있으면 소비자는 앱의 내부 결제 시스템을 통한 ‘인앱결제’를 해야만 한다. 앱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2020년 이를 의무화해서다. 이 때문에 논란도 거셌다. 특히 콘텐트 개발자들은 플랫폼에 30%씩 내야 하는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이 큰 것을 호소했다. 그러자 구글은 자사 앱 유통 플랫폼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콘텐트를 판매하는 개발사들에 받던 인앱결제 수수료를 2021년 7월부터 반값 수준으로 인하했다. 최초 100만 달러(약 12억6000만원) 매출에 15% 수수료를 적용, 이를 초과한 매출에 대해서만 30% 수수료를 받는다. 전체 개발사의 99%가 연매출 100만 달러 미만임을 고려하면 영세 사업자일수록 비용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7일 만난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창업대학장)는 “구글 측이 ‘앱생태계상생포럼’을 통해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데 열린 자세를 가졌기에 가능했던 변화”라며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가 강한 국내 대기업들이 배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앱생태계상생포럼은 국내 앱 생태계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공유, 앱 생태계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20년 11월 구글코리아가 발족한 전문가 포럼이다. 장 교수가 의장을 맡은 가운데 정보기술(IT)·법률·심리·언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10명이 각 기수 멤버로 참여했다(현재 3기 운영 중). 구글의 수수료 인하는 이 포럼에서 나온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물 중 하나다.

지난해 서울대 교수를 하다 가천대 창업대학장으로 옮길 때 큰 화제가 됐는데.
“종합대학에서 창업대학을 따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창업 관련 교육을 하는 게 한국 사회에선 새로운 일이다. 흔히 하는 말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진화심리학자로서 학생들한테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가르치는 데 힘쓰고 있다.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은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나빠져서 창업 열기도 확 식지 않았나.
“확실히 힘든 시기다.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창업 준비의 적기(適期)다. 혹한기인 지금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키면서 내실 있게 준비했다가 경기가 좋아질 때 치고 나가면 된다. 현재 창업대학 1기 수료생 30명이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앱생태계상생포럼 의장을 3기째 맡고 있다.
“처음 구글코리아에서 의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특정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모임이 되진 않을까 해서였다. 초기에 인앱결제 문제를 논하면서 구글 측 반응을 살폈더니 외부 의견을 진심으로 경청하려 한다는 게 느껴졌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2021년 2월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포럼에 결석하지 않았다. 적당히 축사(祝辭)만 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들은 내용을 빽빽이 기록하고 더 고민하면서 포럼에서 나온 얘기를 임직원들과도 계속 공유한다고 들었다.”
포럼에선 어떤 얘기들을 하나.
“데이터 문제, 알고리즘의 편향성, 웹 3.0, 스타트업 지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구글코리아 경영진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보면 나도 많이 배운다. 구글 전체에서 이런 포럼을 여는 곳은 한국밖에 없지만, 여기서 나온 얘기가 번역돼 미국 본사로 넘어간다고 들었다.”
운영 성과는.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 비율로 낮추는 데 일조한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 비해 영세 사업자들이 그만큼 구글플레이에 입점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포럼에 참여하는 법학자와 심리학자, 개발자, 뇌과학자 등이 앱 생태계의 진화 방향을 입체적으로 고민한다. 플랫폼 기업과 콘텐트 개발사, 소비자 모두 웃는 앱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다.”
앱 생태계가 왜 중요한가. 소비자 입장에선 단순히 서비스가 빠르고 사용료가 저렴하면 그만 아닌가.
“플랫폼마다 수많은 개발사가 입점해 자기 것을 판매하고, 수많은 소비자가 그걸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개발사는 각종 법적 리스크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워야 하고, 소비자는 안전하게 개인 정보를 보호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도록 플랫폼 기업이 시간·비용을 들여서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소비자가 되는 지금 같은 환경에서 앱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현명하게 앱을 다룰 수 있다.”
인앱결제 의무화는 논란이 거셌다.
“나도 처음엔 소비자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봤는데 포럼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으니 (인앱결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관점을 바꿔 서비스 유지를 위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만 봐도 극소수의 잘나가는 스타 유튜버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대부분의 유튜버는 수익이 거의 없다. 이들도 유튜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상이 없다면 불공정한 게 아닌가. 이게 평상시의 내 불만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구글 측은 소수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대다수가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서버 등의) 유지비로 쓴다고 하더라. 기업 입장에선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플랫폼 기업과 영세 개발사 간의 상생도 중요한데.
“구글의 경우 구글플레이에 새로 입점한 영세 개발사로부터는 돈을 받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준 다음 일정 수준 매출이 발생해야 돈을 받기 시작한다. 구글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창업+구글플레이)를 통해 국내 소규모 개발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려 할 때 초기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른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을 확실히 갖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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