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게임·웹툰·동영상 등의 유료 콘텐트가 있으면 소비자는 앱의 내부 결제 시스템을 통한 ‘인앱결제’를 해야만 한다. 앱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2020년 이를 의무화해서다. 이 때문에 논란도 거셌다. 특히 콘텐트 개발자들은 플랫폼에 30%씩 내야 하는 인앱결제 수수료 부담이 큰 것을 호소했다. 그러자 구글은 자사 앱 유통 플랫폼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콘텐트를 판매하는 개발사들에 받던 인앱결제 수수료를 2021년 7월부터 반값 수준으로 인하했다. 최초 100만 달러(약 12억6000만원) 매출에 15% 수수료를 적용, 이를 초과한 매출에 대해서만 30% 수수료를 받는다. 전체 개발사의 99%가 연매출 100만 달러 미만임을 고려하면 영세 사업자일수록 비용 부담을 덜게 된 셈이다.
7일 만난 장대익 가천대 석좌교수(창업대학장)는 “구글 측이 ‘앱생태계상생포럼’을 통해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데 열린 자세를 가졌기에 가능했던 변화”라며 “수직적 의사 결정 구조가 강한 국내 대기업들이 배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앱생태계상생포럼은 국내 앱 생태계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공유, 앱 생태계의 상생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2020년 11월 구글코리아가 발족한 전문가 포럼이다. 장 교수가 의장을 맡은 가운데 정보기술(IT)·법률·심리·언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10명이 각 기수 멤버로 참여했다(현재 3기 운영 중). 구글의 수수료 인하는 이 포럼에서 나온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물 중 하나다.
- 지난해 서울대 교수를 하다 가천대 창업대학장으로 옮길 때 큰 화제가 됐는데.
- “종합대학에서 창업대학을 따로 만들어 본격적으로 창업 관련 교육을 하는 게 한국 사회에선 새로운 일이다. 흔히 하는 말로 ‘맨 땅에 헤딩’이었다. 진화심리학자로서 학생들한테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가르치는 데 힘쓰고 있다. 모든 비즈니스의 핵심은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경기가 나빠져서 창업 열기도 확 식지 않았나.
- “확실히 힘든 시기다. 하지만 지금이 오히려 창업 준비의 적기(適期)다. 혹한기인 지금 아이디어를 잘 발전시키면서 내실 있게 준비했다가 경기가 좋아질 때 치고 나가면 된다. 현재 창업대학 1기 수료생 30명이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 앱생태계상생포럼 의장을 3기째 맡고 있다.
- “처음 구글코리아에서 의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고민이 많았다. 특정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모임이 되진 않을까 해서였다. 초기에 인앱결제 문제를 논하면서 구글 측 반응을 살폈더니 외부 의견을 진심으로 경청하려 한다는 게 느껴졌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2021년 2월 취임 이후 단 한 번도 포럼에 결석하지 않았다. 적당히 축사(祝辭)만 하고 빠지는 게 아니라 들은 내용을 빽빽이 기록하고 더 고민하면서 포럼에서 나온 얘기를 임직원들과도 계속 공유한다고 들었다.”
- 포럼에선 어떤 얘기들을 하나.
- “데이터 문제, 알고리즘의 편향성, 웹 3.0, 스타트업 지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구글코리아 경영진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다보면 나도 많이 배운다. 구글 전체에서 이런 포럼을 여는 곳은 한국밖에 없지만, 여기서 나온 얘기가 번역돼 미국 본사로 넘어간다고 들었다.”
- 운영 성과는.
-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 비율로 낮추는 데 일조한 게 대표적이다. 과거에 비해 영세 사업자들이 그만큼 구글플레이에 입점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포럼에 참여하는 법학자와 심리학자, 개발자, 뇌과학자 등이 앱 생태계의 진화 방향을 입체적으로 고민한다. 플랫폼 기업과 콘텐트 개발사, 소비자 모두 웃는 앱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다.”
- 앱 생태계가 왜 중요한가. 소비자 입장에선 단순히 서비스가 빠르고 사용료가 저렴하면 그만 아닌가.
- “플랫폼마다 수많은 개발사가 입점해 자기 것을 판매하고, 수많은 소비자가 그걸 이용한다. 그 과정에서 개발사는 각종 법적 리스크로부터 최대한 자유로워야 하고, 소비자는 안전하게 개인 정보를 보호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도록 플랫폼 기업이 시간·비용을 들여서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소비자가 되는 지금 같은 환경에서 앱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현명하게 앱을 다룰 수 있다.”
- 인앱결제 의무화는 논란이 거셌다.
- “나도 처음엔 소비자 입장에서 부정적으로 봤는데 포럼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으니 (인앱결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관점을 바꿔 서비스 유지를 위한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만 봐도 극소수의 잘나가는 스타 유튜버가 대부분의 수익을 가져가고 대부분의 유튜버는 수익이 거의 없다. 이들도 유튜브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보상이 없다면 불공정한 게 아닌가. 이게 평상시의 내 불만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구글 측은 소수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대다수가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서버 등의) 유지비로 쓴다고 하더라. 기업 입장에선 이런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플랫폼 기업과 영세 개발사 간의 상생도 중요한데.
- “구글의 경우 구글플레이에 새로 입점한 영세 개발사로부터는 돈을 받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준 다음 일정 수준 매출이 발생해야 돈을 받기 시작한다. 구글은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창업+구글플레이)를 통해 국내 소규모 개발사들이 해외에 진출하려 할 때 초기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다른 스타트업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을 확실히 갖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배울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