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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크라이나 전쟁 1년, 인류재앙 당장 멈춰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27호 30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양국 인명 피해 최소 20만명

에너지·곡물 등 인플레 충격, 인류 공멸 경고도

북한 핵도발 위험성 키워…국제사회 연대 절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오는 24일이면 개전 1년이 된다.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초래한 비극적인 전쟁이 끝날 조짐은커녕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뚜렷한 승자도 없이 희생만 키우는 소모적인 전쟁을 이제라도 멈춰 세워야 한다.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인도주의의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양측이 추정한 군인 사상자는 각각 10만 명이 넘는다. 우크라이나 어린이·여성 등 민간인 5000명 이상이 희생됐고 인구의 30%가 난민 신세로 떠돈다. 강제 동원된 러시아 청년들도 독재자의 오판에 따른 전쟁 소모품이 되고 있다.

이번 전쟁은 직접 당사자뿐 아니라 인류 전체에 엄청난 고통과 부작용을 초래했다.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 곡창 지대에서 생산한 곡물 수출이 러시아의 흑해 항구 봉쇄 때문에 타격을 받으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치솟았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국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으로 가뜩이나 물가가 불안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황이 불리해질 때마다 핵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에 이어 이번에도 핵무기가 동원될 경우 3차 대전으로 비화하고 인류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글로벌 리더십이 무너진 것도 큰 손실이다. 미국을 위시한 민주 진영과 러시아 편에 선 독재 진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두 쪽으로 갈라졌다. 중국이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의 분열상도 심각하다. 중립 노선을 표방해온 스웨덴·핀란드가 이번 전쟁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는 더욱 고립되고 국가 이미지도 추락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북·중·러가 결집하면서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고 있다. 미·러 균열 국면을 이용하려는 북한이 러시아에 각종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미국 정보 당국이 폭로했고, 한국은 동맹의 연루(Entrapment) 부담이 커지면서 미국을 통해 우회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모양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은 겉으로는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남북한까지 전쟁의 구심력에 끌려들어 가며 간접 대결을 벌이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더 어려워지고 김정은 정권의 모험주의적 역내 도발 위험을 키운 것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반도에 끼친 악영향이다.

전쟁 초반에 일시적으로 평화 협상이 시도됐으나 상호 불신이 워낙 커서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유엔의 역할과 존재감도 사실상 실종됐다. 이대로 가면 전쟁은 장기화할 것이 뻔하고 죄 없는 이들의 희생만 커질 것이다.

지난달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운명의 날 시계(The Doomsday Clock)’를 10초 앞당겨 이제 인류 파멸(자정)은 불과 90초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위험이 커졌고, 에너지값 급등과 탈(脫)석탄 기조 중단에 따른 기후위기 위험이 커지자 3년 만에 시간을 조정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엄중한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국제 사회는 한목소리로 평화를 외치고, 러시아는 군대를 뒤로 물리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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