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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배달시키면 밥 많이 먹지? 3년간 심해진 '비만의 비밀' [건강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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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게 오래 사는 식습관 
내 삶의 유통기한은 내가 먹는 밥상이 결정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신체 영양,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 사소하게 보이는 영양 불균형의 파급력은 강력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나쁜 식습관으로 인한 영양소 불균형이 암·비만·고혈압·당뇨병 같은 질병 부담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김경곤 교수는 “바른 식습관은 건강 수명을 늘리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인 10명 중 4~5명은 건강 식생활을 실천하지 않고 있다(국민건강영양조사, 2021).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칼로리가 높고 달고 짠맛이 강한 음식을 즐기면서 비만이 크게 늘었다. 건강 식습관을 위해 더해야 할 음식과 빼야 할 음식을 짚어봤다.

더 먹어야 할 음식

식이섬유가 가득한 샐러드

채소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주고 유익균을 늘려 장내 환경을 긍정적으로 개선한다.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채소의 하루 권장량인 500g을 섭취하는 비율은 26.2%였다. 나이가 어리고 소득이 적을수록 채소를 덜 먹었다. 채소 섭취량이 적으면 비타민·마그네슘 같은 미량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가 된다. 에너지 전환 효율이 떨어지고 공복감이 심해 과식·폭식을 반복하다 비만으로 진행한다.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박민아 영양사는 “식사 때 나물·샐러드 등 채소를 의식적으로 먹는 등 조금씩 채소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비빔밥·샤부샤부처럼 채소가 포함된 요리를 먹는 것도 좋다. 채소 섭취량을 늘릴 땐 푸른 잎 채소만 고집하지 않는다. 현미·고구마·콩·두부·표고버섯·견과류 등도 골고루 먹어야 다양한 채소의 영양소를 채울 수 있다. 단, 채소의 하루 권장량을 채운다고 갑자기 섭취량을 늘리면 복부팽만감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한다.

혈당 상승 폭 줄여주는 통곡물  

현미·보리·귀리·퀴노아 등 알곡을 완전히 도정하지 않은 통곡물은 탄수화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정제한 곡물보다 단백질·비타민·무기질·식이섬유 등 영양소도 더 풍부하다. 혈당은 천천히 올리는 복합 탄수화물로 혈당 조절에도 긍정적이다. 하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은 전체 식단에서 탄수화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65%로 높은 편이다. 체내 소화·흡수가 빠른 탄수화물은 혈당 변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같은 양의 밥을 먹을 때 혈당 지수(GI)가 낮은 통곡물을 섞으면 식후 혈당 변화가 적다.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을 줄여줘 췌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당뇨병 발병을 억제한다. 밥을 지을 때 조금씩 통곡물을 섞으면서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면역력 높여주는 동물성 단백질  

나이가 들수록 동물성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단백질은 식탐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를 억제해 포만감을 늘려 과식을 막는 효과가 있다. 근력 감소를 막고 면역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단백질을 하루 권장량의 75% 미만으로 먹은 고령층은 권장량을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24%나 높다는 연구도 있다. 고령층은 치아가 부실하고 소화 기능이 떨어져 단백질이 풍부한 육류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고기를 씹는 게 불편하다면 다지거나 갈아서 완자로 만들어 먹는다. 조리 전에 키위·배 등을 갈아 넣으면 고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한양대병원 영양팀 최정은 영양사는 “단백질은 매 끼니 나눠 먹는 것이 체내 흡수율 측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뻬야 할 음식

물 대신 먹는 커피·탄산·과채주스 등 음료

커피·탄산·과채주스 같은 음료는 한국인의 당(糖) 섭취율을 높이는 주범이다. 6~29세는 탄산음료를, 30세 이상은 커피를 통해 당을 섭취한다. 이들 음료에는 달달한 맛을 내기 위해 설탕·시럽·액상과당이 가득하다. 콜라 1캔에는 무려 37g(각설탕 7.5개)의 당분이 함유돼 있다. 오렌지주스 1병에도 22g(각설탕 4.5개), 비타민 드링크 음료 1병은 11g(각설탕 2개)의 당분이 들어 있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가 아닌 달달한 커피에도 당은 숨어 있다. 탄산음료를 매일 한 캔씩 마시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5배나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목이 마르다면 당이 포함된 음료 대신 물을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짭짤한 치킨·피자 등 배달·포장 음식

한국인 3명 중 1명은 하루 1회 이상 외식을 한다. 아침·점심·저녁을 모두 밖에서 사 먹는 경우도 흔하다. 집에서 직접 조리하지 않고 배달·포장한 음식, 가정 간편식, 편의점 도시락도 외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기름에 볶고 튀기거나 설탕·소금 등 양념을 강하게 사용해 맛이 자극적이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외식으로 달고 짠 음식을 먹으면서 한국인 대부분이 적정 수준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한다”고 말했다. 외식 빈도가 잦을수록 달고 짜고 매운맛에 길든다. 맛을 중화하기 위해 밥을 더 먹어 과식하기도 쉽다. 코로나19로 덜 움직이고 더 많이 먹으면서 비만이 늘었다는 보고도 있다. 혈관 건강에 치명적인 나트륨 섭취를 줄이려면 외식부터 줄여야 한다. 외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 영양사가 관리하는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또 국·찌개·전골 요리를 먹을 땐 건더기 중심으로 먹는다.

달달한 아이스크림·쿠키 같은 간식

배가 출출하고 입이 심심해 습관처럼 간식을 먹으면 충치가 생기고 살이 찌기 쉽다. 양이 적다고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아이스크림·쿠키 같은 간식은 포만감은 적은데 칼로리가 높다. 허기를 채운다고 주섬주섬 주워 먹으면 하루 권장 칼로리를 훌쩍 넘기기 쉽다. 일반적으로 즐겨 먹는 간식은 대부분은 고열량·저영양 식품이다. 당 수치도 높아 몸에 쌓이면 결국 지방으로 저장된다.

충치도 잘 생긴다. 간식을 하루 2회 이상 먹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아우식증(충치) 경험이 두 배 정도 많았다. 특히 간식을 먹은 횟수에 따라 충치 개수도 늘었다. 밥 대신 열량이 높은 간식으로 배를 채우면서 규칙적인 식사 패턴도 무너진다. 늦은 밤 야식을 즐기면서 속이 더부룩해 아침은 거르고 간식으로 때우는 식이다. 결국 체형이 비만형으로 바뀐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이연숙 교수팀이 여대생 157명을 대상으로 체형별 식품 영양 섭취와 식습관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형 체형을 가진 여대생은 저녁때 열량을 가장 많이 섭취했고, 매끼 식사보다 간식으로 하루에 필요한 열량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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