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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두손 든 '반지하 전수조사'…석달만에 끝낸 성동구 비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건축사회 소속 한 건축사가 반지하 주택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지난해 11월 서울 성동구건축사회 소속 한 건축사가 반지하 주택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서울시는 지난해 8월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포비’로 수많은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시내 지하·반지하 주택 약 20만호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적인 예방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인력·예산 부족문제 등에 직면하자 전수조사 대신 1100가구 이상 표본조사로 바꾸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해 10월 14일 국정감사에서 “의지가 앞섰다”며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자치구가 서울시가 ‘두 손’ 든 전수조사를 해냈다. 성동구 이야기다. 물론 관할 구역 내 조사지만 성동구는 올 장마 전 촘촘한 침수 예방조치에 나설 수 있게 됐다.

17일 서울 성동구에 따르면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해 9월 1일 지하·반지하 주택 안전대책 추진을 지시했다. 곧 건축과 등이 참여한 주거안전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건축사 14명 투입해 3800여호 조사 

TF는 우선 성동구 안 (반)지하 주택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부터 시작했다. (반)지하 주택 5279호가 담긴 리스트가 작성됐고, 이를 토대로 성동구건축사회와 현장조사를 벌일 수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거나 철거된 1456호가 리스트에서 제외, 대상은 3823호로 줄었다.

현장조사는 3개월가량 진행됐다. 건축사 14명이 모든 (반)지하 주택을 직접 찾아 현장의 지형과 도면 등을 하나하나 살폈다. 건축사 1명당 약 270여곳을 맡은 셈이다. 이후 성동구는 대상지를 A+부터 D등급까지 총 5개 등급으로 분류했다. 등급은 침수 피해 방지 시설의 필요성 정도와 위치 등이 고려됐다. B등급부터 ‘시설 보완 필요’다. C등급은 ‘시설 수선 필요’, D등급은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한 수준’을 의미한다.

조사결과 성동구 내 (반)지하 주택 중 A+ 등급은 1852호, A등급은 1491호로 총 3343호가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B등급과 C등급은 각각 470호·5호로 조사됐다.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D등급도 5호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각 (반)지하 주택에 꼭 맞는 침수예방 설비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창문·출입문으로 빗물이 유입되는 걸 막기 위한 차수판(물막이판)과 하수 역류방지 장치, 위급상황 때 열고 탈출할 수 있는 방범창, 침수 경보기 등이 제시됐다.

지난해 12월 성동구 관계자들이 반지하 주택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지난해 12월 성동구 관계자들이 반지하 주택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성동구]

침수 방지시설 무료 설치 

성동구는 6월 전까지 침수예방 시설을 지원할 계획이다. 주민센터나 누리집 등을 통해 다음 달 10일까지 신청받는다. (반)지하 주택 소유자나 세입자가 대상이다. 설치비용은 무료다.

또 앞으로 4년간 (반)지하 주택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특히 C·D등급으로 분류된 (반)지하 주택에 대해선 구에서 선제적으로 맞춤형 조치를 하겠단 방침이다. 해당 등급 주택 거주자와 심층 면담조사를 진행한 뒤 침수 방지시설뿐만 아니라 냉·난방, 위생, 공기질 등 전반적인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거주자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하길 원할 경우 이에 대한 구 차원의 지원도 이뤄진다. 이를 위해 성동구는 지난달 서울주택도시(SH)공사와 관련 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성동구는 (반)지하 주택 외에도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 등에 대한 종합적인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정원오 구청장은 “성동구의 최저 주거기준 선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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