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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창업 때 사무실용 차고 임대했던 워치스키 유튜브 CEO 사임

중앙일보

입력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로 9년 넘게 일해 온 수잔 워치스키가 16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AFP=연합뉴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로 9년 넘게 일해 온 수잔 워치스키가 16일(현지시간) 사임 의사를 밝혔다. AFP=연합뉴스

유튜브를 세계적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만든 최고경영자(CEO) 수잔 워치스키(55)가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세계적인 빅테크의 여성 수장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워치스키의 퇴장으로 글로벌 IT 회사의 여성 CEO는 거의 전멸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워치스키는 16일(현지시간) 유튜브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 가족과 건강, 개인적인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고 삶의 새 국면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유튜브 CEO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유튜브·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고문으로는 남기로 했다. 알파벳·구글 CEO 순다르 피차이(51)는 “회사 사업 전반에 대해 조언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워치스키의 후임은 현재 유튜브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고 있는 인도계 닐 모한(48)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수잔 워치스키가 구글·알파벳의 고문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수잔 워치스키가 구글·알파벳의 고문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워치스키는 사퇴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건강 문제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를 인용해 “워치스키가 지난달까지 건강 문제로 사무실을 비웠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NYT)도 “지난해 9월 숏폼 광고 수익 모델을 발표한 ‘메이드 온 유튜브(Made on YouTube)’ 행사에도 불참하는 등 몇 개월 동안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워치스키는 1999년 구글의 16번째 직원으로 합류했다. 입사 1년 전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검색 엔진 사업을 구상할 때 사무실 용으로 차고를 임대한 인연 덕이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파크에 위치한 창고의 임대료는 월 1700달러(약 220만원)였다. 당시 인텔에서 마케터로 일하던 워치스키는 월급 외 수익이 필요했고, 가난한 스탠퍼드대 대학원생이었던 페이지와 브린은 공식 사무실을 차리기 전 일할 임시 거처가 필요했다고 한다. 이 인연으로 훗날 워치스키의 여동생 중 한 명인 앤은 브린과 결혼했다.

구글이 재현한 수잔 워치스키의 차고의 모습. 1998년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이곳에서 검색 엔진 사업을 구상했다. 사진 구글 맵

구글이 재현한 수잔 워치스키의 차고의 모습. 1998년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이곳에서 검색 엔진 사업을 구상했다. 사진 구글 맵

워치스키는 구글의 첫 마케팅 매니저로 시작해 14년 동안 광고 및 제품 분석을 맡았다. 구글의 이미지 검색, 동영상 및 도서 검색 등이 워치스키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공로를 인정 받아 제품관리담당 수석부사장, 광고담당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한때 순다르 피차이와 구글 CEO 자리를 두고 경쟁하기도 했지만, 2014년 워치스키가 유튜브 CEO로, 2015년 피차이가 구글 CEO로 가면서 동업 관계가 됐다.

워치스키는 유튜브를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 NYT는 “약 10년 전 유튜브 사용자는 약 10억 명이었지만, 지금은 매월 20억 명 넘게 유튜브를 본다”고 전했다. 유튜브의 2021년 기준 매출은 290억 달러(약 37조67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중국의 틱톡이 대항마로 떠오르면서 지난해 4분기 광고 수익은 79억6000만 달러(약 10조34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8% 줄어든 수치다.

메타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왼쪽)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의 여성 수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추세다. 사진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메타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왼쪽)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의 여성 수장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추세다. 사진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외신들은 워치스키의 사임으로 빅테크 업계에 여성 리더가 거의 전멸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의 최고사업책임자(CBO) 마른 러빈(53)이 사임 의사를 밝혔고,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셰릴 샌드버그(54)도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이베이·월트디즈니를 거쳐 휴렛 패커드를 이끌었던 멕 휘트넘(67), IBM의 버지니아 로메티(66) 등도 최근 몇 년 사이 퇴사했다. NYT는 “트위터·페이스북·넷플릭스·디즈니 등의 CEO도 모두 남성”이라며 “성공적인 여성 지도자들이 남성으로 대체되는 추세가 매우 충격적”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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