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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서 이미 징후 포착"…지구 덮칠 '파멸의 고리' 정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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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오렌지 카운티가 불에 타는 모습. 202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가 꼽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오렌지 카운티가 불에 타는 모습. 202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전례없는 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가 꼽히고 있다. [AP=연합뉴스]

 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해결하느라 정작 재난의 원인인 기후변화를 막는 데 쓸 자원이 부족해지는 '파멸의 고리'(Doom loop)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와 영국 왕립 연구소 채텀하우스가 공동으로 발행한 보고서에서다.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 산불, 가뭄 등 자연재해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세지고 있어 경제 규모 상위 국가들이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이다.

아직 인류가 완전히 '파멸의 고리'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는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비용은 이미 대륙 전체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5% 수준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서아프리카에서는 기록적 홍수가 발생해 800명이 목숨을 잃었다. 특히 대홍수를 처음 경험한 나이지리아에서 타격이 컸는데, 2776명이 부상하고 150만명이 집을 잃었다. 39만2399헥타르의 농지가 침수돼 작물 생산에 타격을 입었다.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아프리카에서 대홍수가 나타날 가능성이 온난화 이전 대비 80배까지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이동하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이동하는 모습.[AP=연합뉴스]

그런 한편 아프리카 국가들은 2030년까지 기후 행동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1조6000억 달러(약 2078조원)를 조달해야 하는데, 아프리카 대륙 연간 총 GDP는 3조1400억 달러 수준(2023년 예상치)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보고서 저자인 로리 레이번은 "아프리카에서 재난에 대처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투자해야 할 재정을 확보하기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구 남반구의 가난한 국가에서 이런 현상이 먼저 나타나고 있어 인류가 점진적 변화가 아닌 획기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 1t이 배출될 때마다 드는 사회적 비용은 미국 연방정부 추정치의 3배인 185달러로 분석됐다. 영국 IPPR과 채텀하우스 연구원들은 "탄소 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빠르게 증가하며 각 정부의 기후변화 재정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에 방출한 이산화탄소 농도가 1조t 이상이며 지구 평균 온도가 1도 이상 상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시작되는 '티핑 포인트'로 일컬어지는 1.5도 상승은 향후 10년 이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엔(UN)과 적십자사는 2100년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최대 6억명에 달하는 거주 공간이 사라질 것이라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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