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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檢 "이재명, 성남FC 뇌물액 정해줘…네이버 로비에 역제안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 대표가 성남FC 관련 각 기업에서 받을 뇌물 액수를 직접 정했다고 적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두산건설·네이버 등 공여 업체 관계자들 모두 피의자(이재명 대표)의 요구에 의해 성남FC에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며 “그 액수 또한 피의자가 일방적으로 정해주었으며, 그 대가로 자신들의 현안을 해결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푸른위례 등 4개 기업에서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유치하고, 그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네이버가 2013년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부지를 물색하자 이를 전해 들은 이 대표가 정진상 등 측근을 시켜 성남FC 후원을 제안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네이버는 2013년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NHN넥스트’를 열었는데, 교육부 인가 기관이 아니어서 학위 인정이 되지 않았다.

“네이버가 성남시에 기여한 게 없다”…성남FC 후원 요구

이에 네이버는 석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대학원대학’을 만들기로 했는데 관계 법령에 따르면 학교부지와 건물을 네이버가 소유할 필요가 있었다. 성남시에 문의한 결과 분당구 구미동 옛 하수종말처리장 부지가 학교부지로 나와 있었다. 이렇듯 네이버가 대학원대학 부지를 물색한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이 대표는 “학교부지 매각 대가로 네이버의 구체적인 지원을 원한다”는 입장을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이 무렵 해당 부지엔 ‘한국형 실리콘밸리’ 사업이 계획 중이었고, 성남FC도 부도 위기에 놓여있던 만큼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학교부지를 내어준다는 배경도 네이버 측에 함께 전달했다는 것이다.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네이버가 그동안 성남시에 기여한 게 없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표의 이 같은 의중을 전해 들은 네이버 측은 이 대표가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통해 요구한 50억원을 출연할 경우 향후 감사 등에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결국 내부 논의를 거쳐 대학원대학을 정자동 네이버 본사 옆 신축 건물에 입주시키기로 하고 구미동 부지 매입을 포기했다.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제2 사옥 '1784' 전경. 사진 네이버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제2 사옥 '1784' 전경. 사진 네이버

이후 교수·학생들의 반발 등으로 대학원대학 설립이 무산됐지만 네이버 측은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정자동 신축 건물 각종 인허가와 관련해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이에 정 전 실장은 “(이재명 대표) 임기 동안만 후원하면 된다”며 이 대표의 남은 성남시장 임기 3년 동안 매년 40억원씩 120억원, 또는 매년 20억원씩 60억원을 후원해 줄 것을 네이버 측에 제안했다.

네이버 측은 “3년간 40억원을 후원하되, 이런 사실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게 해 달라”고 정 전 실장에 당부했다. 그러자 정 전 실장은 기부단체를 형식적으로 경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두산을 상대로 더 많은 이득 얻을 방법 강구하라”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두산건설에 대해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후원금을 요구했다. 두산건설 측이 “사옥 신설을 위한 정자동 부지 용도변경을 위해 기부채납 5%를 하겠다”고 제안하자 이 대표가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두산건설을 상대로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렇게 이 대표가 성남FC 후원금을 무리하게 유치한 동기에 대해 “피의자는 2014년 하반기 성남시장 임기 중의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무리하게 창단한 성남FC가 후원기업 확보 실패 등으로 부도 위기에 직면하자, 각종 인·허가권을 적극 이용해 이해관계와 현안을 가진 업체들로부터 거액의 운영자금을 받기로 했다”고 판단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측근정치와 밀실행정으로 사익 추구”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마치 ‘탄핵심판’을 방불케 하는 내용도 넣었다. 검찰은 “피의자(이재명 대표)는 측근 정치와 밀실 행정을 통해 위법·부당한 정책 결정을 하고 이를 관철함으로써 피의자와 공범들의 사익을 추구하였다”며 “그 과정에서 지방정치인의 권한 남용을 통제·억제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에 마련된 각종 견제 장치를 훼손하고 무력화했다”고 적었다.

또 “피의자는 지역주민의 봉사자로서 자치공무원 등을 선발함에 있어 엄격한 심사와 검증을 거쳐야 함에도 측근인 정진상 등을 형식적 심사만으로 임용함으로써 인사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자치 공무원들과 지방의회에 의한 권력분립 장치를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갖는 영향력과 금품로비 등과 같은 위법부당한 방법으로 무력화한, 헌법상의 권력분립의 원리를 정면으로 침해하고 그 가치를 현저히 훼손한 것으로 그 범죄가 매우 중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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