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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민주당 출신 답다” 安 “LH 사태 보라” 부동산 정면 충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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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표 경선의 양강으로 꼽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의 신경전이 거칠어지고 있다. 김 후보가 초선 의원이던 2007년, KTX 울산 역세권 연결도로가 김 후보 소유 땅을 지나도록 노선이 변경됐다는 점을 안 후보가 맹공하면서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김기현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후보.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두 후보가 참석한 모습. 뉴스1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 나선 김기현 후보(오른쪽)와 안철수 후보. 사진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ASSA빌딩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비전발표회에 두 후보가 참석한 모습. 뉴스1

김 후보 측은 17일 “안 후보의 흑색선전, 인신공격과 관련해 당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엄중한 조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이 문제 삼은 안 후보의 발언은 16일 광주에서 열린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나왔다. 안 후보는 “김 후보는 1800배 차익에 대해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며 “김 후보가 ‘땅을 95% 할인해 팔겠다’는 능글맞은 말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오히려 인정했다”고 공격했다. 이어 “김 후보가 대표가 되면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비리를 심판하지 못하고 필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 후보 측은 “문재인 정권의 39차례 영장 청구가 의미하듯, 단 한 점이라도 의혹에 사실인 점이 있다면 김 후보가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안 후보가 의혹이 마치 사실인듯한 인상을 주려는 발언을 쏟아냈고, 김 후보에 대해 악의적인 음해, 날조, 인신 모독 행위를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 측은 전날에도 설명자료를 통해 “해당 임야는 1998년 2월에 매입했고, 여기를 지나는 연결도로 계획 논의가 시작된 것은 2006년 3월로 8년 1개월 차이”라며 “당시 개별 공시지가는 267~432원대였고, 2021년 기준 추정 가격은 평당 3만원 내외”라고 설명했다.

이후 안철수 캠프 이종철 수석대변인은 17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공정한 선거 관리의 주체가 돼야 할 당 선관위마저 후보 방탄용으로 이용하는 무책임한 행태”라며 “하라는 해명은 않고 내부 총질이라고 성만 내다가, 뒤늦게 선관위에 공문을 보내는 행태는 누가 봐도 파렴치한 프로세스”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 측이 언급한 39차례 영장청구 및 기각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 대변인은 “39차례 청구가 모두 KTX 울산 역세권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해달라”며 “영장 청구가 어떤 내용이고, 어떤 결론이 났는지 소상히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 후보가 17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개관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안철수 대표 후보가 17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개관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캠프 간 공방은 후보 간 설전으로 번졌다. 안 후보는 17일 페이스북에 “다음 대표는 부동산 문제에 한 점 의혹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문제는 국민의 역린(逆鱗)”이라고 썼다. 안 후보는 같은 날 오후 대구동산병원에서 열린 ‘코로나19 기억의 공간’ 개관식에 참석해서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의혹 사태’로 선거 판세가 거의 결정됐다”며 “우리가 부동산 의혹에 휩싸이면 내년 총선에서 절대로 이기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내부 총질을 한다”는 김 후보 측의 지적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김 후보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김 후보는 “민주당 출신다운 행태”라고 했다. 김 후보는 같은 날 오전 서울 공군호텔에서 열린 직능경제인단체 총연합회에 참석한 뒤 “안 후보가 패색이 짙어지자 민주당식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전당대회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즉각 중단하고 공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을 엄중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공동대표를 지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의 지지 선언 행사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열린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의 지지 선언 행사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KTX 울산 역세권’ 의혹은 15일 TV 토론회에서 황교안 후보가 처음 공론화했다. 황 후보가 “엄청난 시세차익이 생겼다는 의혹을 해명하라”고 공격하자, 김 후보는 “황 후보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천하람 후보를 지원하는 이준석 전 대표는 17일 페이스북에서 “정치권력을 이용한 투기로 보기에는 시기적으로나 방법론적으로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적었다.

양강의 네거티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 후보 측은 “조급해진 안 후보가 찔러나 보자는 식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 후보를 향해 ‘민주당 DNA’라거나 철새라고 먼저 공격한 것은 김 후보”라고 했다.

한편 유흥수 국민의힘 중앙당 선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전당대회에 출마한 모든 후보자는 근거 없는 비방과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특히 확인되지 않는 의혹만으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행태는 전당대회를 혼탁하게 만들 뿐”이라며 “이런 행위가 앞으로 지속되면 당헌·당규에 따라 직접적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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