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소년 '기적 생환'…잔해 속 쪼그려 앉아 260시간 버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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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지대에 16일 또다시 강한 여진이 발생했다. 구조대가 16일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에서 매몰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강진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지대에 16일 또다시 강한 여진이 발생했다. 구조대가 16일 튀르키예 남부 카라만마라슈에서 매몰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4만4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첫 강진이 발생했던 양국 국경지대에 16일(이하 현지시간) 강한 여진이 발생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47분쯤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州) 우준바 서북서쪽 19㎞ 지점 연안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의 깊이는 약 10㎞로 분석됐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하타이주 도시 아르수즈에서 약 6㎞ 떨어진 지중해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으며, 진원의 깊이는 9.26㎞"라고 밝혔다. 라흐미 도간 하타이 주지사는 현지 매체에 "아직 피해 규모를 파악하지 못했으나, 현장에 수색팀을 파견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시리아 지질학 분석센터도 시리아 북서부 인근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독일 dpa 통신은 "튀르키예 하타이주와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거리로 뛰쳐나왔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규모 7.0 이상 대지진으로 손상됐던 건물 일부가 이번 여진으로 붕괴됐다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의 보도도 나왔다. AFAD에 따르면 지난 6일 첫 강진 이후 47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여진이 잇따랐다.

CNN에 따르면, 지진 발생 11일째인 16일 기준 누적 사망자 수는 최소 4만3844명에 이른다. 튀르키예에서 3만8044명, 시리아에서 58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1세기 들어 6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낳은 자연재해다.

생존자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이날도 튀르키예 곳곳에서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이 이어졌다. TR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하타이주 안타키야에서 34세, 26세 두 남성이 지진 발생 261시간 만에 구조됐다. 같은 지역에서 12세 소년 오스만 할레비예도 아파트 건물 잔해 속에서 260시간 만에 구조됐다.

할레비예는 구조 당시 건물 잔해와 기둥 등으로 덮인 작은 공간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버텼다고 한다. 구조 당국은 할레비예를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으며, 그의 건강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할레비예는 구조팀에게 "내가 갇혀 있던 곳 가까이에 아직 여러 명이 더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현장에 구조견을 투입하는 등 생존자 수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진 피해가 컸던 카라만마라슈에서도 257시간 만에 42세 여성 네슬리한 킬릭이 구조됐다. 그녀의 남편과 두 자녀는 아직 실종 상태다. 17세 소녀 알레이나 욀메즈도 카라만마라슈의 아파트 잔해에서 248시간 만에 구조됐다.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 248시간 만에 구조된 생존자의 친척이 구조팀을 끌어안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6일 튀르키예 카라만마라슈에서 248시간 만에 구조된 생존자의 친척이 구조팀을 끌어안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은 "시간이 흐르면서 구조 희망이 사라져가자 부실 건축 등 피해를 키운 사람들을 향한 사람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안타키아의 한 고급 아파트는 이번 지진으로 붕괴됐는데, 이곳에서만 주민 약 650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 생존자는 "부유층을 위한 안전한 집이라 생각하고 임대했는데, 이런 식으로 맥없이 무너질지 누가 알았겠는가"라며 "건설업자, 부동산업자 등 관계자들은 모두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튀르키예 사법 당국은 건물 붕괴 책임으로 건설업자 등 130여명을 건축 규정 위반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한편 유엔은 튀르키예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인도주의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6일 "이 기금으로 3개월간 520만 명의 지진 피해자를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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