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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선족 도와도 中마찰 없게...재외동포청 아래 '센터' 둔다

중앙일보

입력

외교부가 올해 상반기 중 신설될 예정인 재외동포청 산하에 '재외동포협력센터'라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반발할 수 있는 중국동포(조선족) 관련 사업 등 외교적으로 민감한 재외 동포 지원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경축 재외동포 초청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 경축 재외동포 초청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산하 법인이 민감 사업 수행"

1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외교부는 재외동포청 산하에 별도 법인 성격인 '재외동포협력센터'를 만든 뒤 일부 재외 동포 지원 사업의 경우 재외동포청이 직접 나서지 않고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재외동포청 산하에 별도 법인을 설치하는 공식적인 이유는 "사업 시행의 효율성 제고"다. 하지만 실질적 배경은 타국, 특히 중국 동포를 비롯한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중국 등과의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사업을 청(廳) 단위에서 직접 수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중국 동포 외에 사할린 동포(러시아 동포), 고려인(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국가에 사는 동포) 등에 대해서도 포괄적으로 지원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려면 별도 산하 법인이 있어야 훨씬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7년 재외동포재단 출범 후 현재까지 9차례 걸쳐 재외동포청 또는 대통령 직속 재외동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의 이견 외에도 외교적 마찰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외교부도 과거 "재외동포청을 신설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소수민족 문제에 민감한 중국 등과 마찰을 고려해 현행 재외동포재단 체재를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2019년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 참가자 440여명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뉴스1.

2019년 7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재외동포 대학생 모국연수 참가자 440여명이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뉴스1.

"정책 추진 기관 지정 가능" 

반면 윤석열 정부는 "730만 재외동포의 숙원인 재외동포청 설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정부 조직 개편의 우선 순위로 재외동포청 설치를 추진해왔다. 영사·출입국·병역 등 원스톱 서비스는 물론 동포 교육, 교류·협력 등을 통합 수행하는 재외동포 지원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다만 재외동포청이 실시할 일부 사업에 대한 잠재적 외교적 마찰 우려는 여전한 만큼 외교부는 산하에 별도 법인을 설립한다는 고육지책을 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별도의 법안 발의 없이 기존에 국회에 발의된 재외동포기본법안들을 병합 처리해 재외동포협력센터 설립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020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재외동포기본법에는 "외교부 장관은 재외동포 정책의 추진에 필요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재외동포정책 추진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재외동포청 신설 등 내용을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은 지난 14일 여야가 합의를 이뤘고,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오는 24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외교부도 내부에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상반기 중 재외동포청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이 출범하면 현재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은 해산 절차를 밟고 조직·인력은 재외동포청으로 흡수된다. 외교부 재외동포영사기획관실 일부 기능도 재외동포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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