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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지하철 적자원인 무임승차 아니다" 국토부 반전보고서

중앙일보

입력

2021년 8월 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였던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가 서울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한 후 오 시장의 배웅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년 8월 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 였던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가 서울시청을 방문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면담을 한 후 오 시장의 배웅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무임승차가 지하철 운영 적자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이 16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지하철 무임승차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교통학회는 “도시철도 무임수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운송 횟수 및 열차 편성수는 변화가 없다”며 “공익서비스가 단위 운영비를 증가시키는지 면밀한 검토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위 수요 증가에 따라 항상 운행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철도 공익서비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사람이 타든 안 타든 열차는 운행하기 때문에 무임승차가 있더라도 실질적 비용이 상승하는 건 없지만, 이러한 공익서비스 차원의 무임승차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게 일종의 비용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가 교통학회에 용역을 발주해 진행한 연구 내용이 담긴 이 보고서는 5월 최종 제출을 앞두고 최근 중간 보고 형식으로 국토부에 제출됐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도시철도 만성 적자의 원인으로 무임승차를 꼽으며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반대 입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제출된 것이다.

대한교통학회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관련 연구 중간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무임승차 관련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 지적에 따라 해당 연구를 발주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대한교통학회가 도시철도 무임승차 관련 연구 중간보고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무임승차 관련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는 국회 지적에 따라 해당 연구를 발주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보고서엔 “중앙정부 지방교부세 중 보통교부세는 총체적 행정소요를 위해 산정된 금액이므로 교부 후 사용 용도는 지자체의 자율”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지자체가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교부세를 도시철도 운영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그런 뒤에 ‘국토교통부가 이미 도시철도 노후시설 및 노후차량 개선을 위해 지원을 하고 있으며, 2022년 1445억원을 지급했다’는 내용도 적시했다. 이미 큰 돈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만큼 지자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취지다.

다만 보고서엔 “고령자 인구 비중이 급증함에 따라 장래 공익서비스 제도의 지속가능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체 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돈을 내는 유임승차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 속도 또한 매우 빨라 유임승차 승객이 빠르게 무임승차 승객으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적극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교통학회는 “전체 승차인원 대비 무임수송 인원이 2019년에는 약 18.8%였지만 2050년에는 약 43%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 추산했다.

이러한 보고서 내용대로면 무임승차에 따른 적자 비용을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보전해주는 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원 여부와 지원 규모를 결정하기 위해선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이 추산돼야 하는데, 보고서는 무임승차로 인한 운행비용 증가가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또 “도시철도의 경우 공익서비스 보상에 관한 법률이 부재해 보전 방식 및 규모 파악이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지원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지하철 요금 인상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15일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이 당분간 동결된 데 이어 서울시도 당초 4월에 시행하려던 지하철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중앙정부가 지원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순차적으로 요금을 올리는 대신 하반기에 한꺼번에 요금을 올리게 되면 인상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범수 의원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지자체 손실 폭 커지고 있는 만큼 이제는 중앙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무임승차 손실에 대한 보전 문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노인 무임수송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무임승차는) 논리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자체가 겪고 있는 적자를 어떻게 타계할수 있을지 출구를 모색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최근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앙정부가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을 보전해주면 올해로 예정된 지하철 요금 인상폭을 최대 400원에서 200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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